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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해결… 기업 생태계 활력… "21세기형 뉴딜정책 역할"

[창업의 '미다스손' 엔젤 벤처중흥 이끈다] <상> 벤처코리아의 첨병<br>단순 자본투자자 뛰어넘어 경영노하우 전수 멘토까지<br>우수한 기업 시장에 알려 후발투자자 길잡이 효과도

한 벤처기업이 엔젤·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등록된 엔젤투자자 수가 다음달 초 1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DB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화장품 업체인 제닉의 유현오 대표는 사업 초기 자금난에 허덕였다. 이때 한 엔젤투자자가 그의 긍정적 성격과 비전을 보고 선뜻 4억원을 투자했다. 제닉은 이 돈을 밑천 삼아 사업을 이어나갔고 지난해 '코스닥 시장 상장, 매출액 1,000억원 돌파'의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그의 가능성을 알아봤던 투자자 역시 60배에 달하는 수익(240억원)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여년간 침체 일로를 걷던 국내 엔젤투자 시장이 성공사례 증가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 모바일 중심으로 불어닥친 창업열기 등에 힘입어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기 기업에 투자해 자금지원을 물론 경영 멘토링을 제공하는 엔젤은 벤처 생태계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하는 핵심 벤처 인프라로 통한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벤처거품 붕괴로 자취를 감췄던 엔젤투자가 지난해부터 부활의 나래를 펴기 시작, 올 들어 본격 만개할 태세여서 한국 벤처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기업 키우는 '천사의 손길'=올해 각국 경제정책의 화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을 겨냥한 '창업' 이다. 8일 미 하원에서는 초기 기업의 자본유치 장벽을 낮추는 스타트업육성(JOBSㆍ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법을 통과시켰다. 한국도 올해 1조6,000억원을 창업지원 자금으로 푼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 생태계에 힘을 불어넣는 데 창업만큼 강력한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갓 창업한 기업들은 가시밭길을 가야 한다. 빈약한 재무제표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족ㆍ친구 등 주변 사람을 통해 초기 자금을 모으기도 한계가 있다. 엔젤투자가 창업 활성화의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엔젤투자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은행들이 작은 기업에 대한 대출을 쪼이고 벤처캐피털(VC)들은 위험부담이 낮은 후기 기업들로 투자를 옮겨가고 있다는 것. 따라서 엔젤투자가 초기 기업 자본 형성을 위해 담당하는 비중이 더욱 커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엔젤은 단순한 자본투자자를 넘어 제도권 금융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경험, 네트워크 등 무형자산까지 제공하는 '멘토'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임진석 레스티 대표는 "단순히 몇 천 만원 투자를 받는 것은 아무리 아껴 써도 곧 동이 나기 마련"이라며 "더 중요한 것은 조력자를 얻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엔젤은 또 좋은 기업을 시장에 알려 벤처캐피털 등 후기 단계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데도 기여한다.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는 "21세기형 뉴딜정책은 창업"이라며 "엔젤은 우수한 초기 기업을 발굴해 검증된 풀(pool)로 넘겨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부활하는 엔젤투자=아직 공식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국내 엔젤투자는 지난해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엔젤 부활의 중심에는 '고수 엔젤'로 불리는 경험 많은 벤처기업가 등 전문가 모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자 간 모임이 확산되면 건강한 엔젤투자 문화를 정착하게 할 뿐만 아니라 엔젤투자의 실패를 줄이고 수익률을 높여준다. 또 전문가 모임 활성화는 막무가내로 단기수익을 기업들에 강요하는 '블랙엔젤(black angel)' 문제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고벤처포럼'이다. 고영하 고벤처클럽 회장을 주축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매월 스타트업, 엔젤 및 벤처캐피털 리스트 300명 이상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고벤처에서 보자"라는 말이 업계에서 인사말처럼 자리잡았을 정도다. 고벤처포럼은 2008년 10여명 안팎의 소규모 모임으로 시작해 서로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또 다른 모임으로는 배인탁 서울대ㆍ카이스트 객원교수를 중심으로 시작된 'V-벤처포럼'을 꼽을 수 있다. 이 모임에는 매월 60~70명이 참석한다. 내부에서 투자유치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배 교수는 "지난해 (포럼 내에서) 투자가 1건 이뤄졌으며 현재 1건이 검토 중에 있다"며 "엔젤투자는 한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발전 과정, 인성 등을 지속적으로 보며 신뢰가 쌓였을 때 투자하기 때문에 포럼이 좋은 수단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기업들도 창업 활성화에 일조하는 차원에서 엔젤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정주영 엔젤투자기금' 1,000억원을 조성한 아산나눔재단 관계자는 "전문 투자자들과 연계해 투자에 매칭하는 모태펀드 방식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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