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23일 '상장 활성화를 위한 상장사 제도 합리화 과제:회사법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최근 엘리엇매니지먼트 사태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국내 기업의 방어수단이 미흡해 기업이 상장을 기피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요구하는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잠재적 기업공개(IPO) 회사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상장하는 기업의 비율은 감소하는 실정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 충족기업 수는 지난 2007년 532개사에서 2013년 811개사로 약 1.5배 늘어났다. 그러나 실제로 상장한 기업 수는 2007년 10개사에서 2013년 4개사로 오히려 감소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기업 수도 2007년 5,654개사에서 2014년 9,320개사로 크게 늘었지만 실제 상장한 기업 수는 2007년 61개사에서 2014년 31개사로 감소했다.
이런 IPO 부진은 상장에 따른 이익보다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인데 그런 부담들 중 하나가 경영권 위협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상장회사의 경영권 위협에 대한 부담 경감 방안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제도의 도입을 제시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보통 1주에 1의결권이 부여되는 것과 달리 1주당 10의결권 등 복수의 의결권이 부여된 주식을 뜻한다. 주식을 보유하는 설립자와 경영진은 적대적 M&A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장기적 목표에 따라 경영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경연은 복수의결권 주식을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을 들었다.
구글의 경우 2004년 상장 때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A 주식과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인정되는 클래스B 주식을 함께 발행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이 회사 최고경영자(겸 공동창업자)들은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클래스B 주식의 92.5%를 보유하면서 구글 의결권의 60.1%를 행사하고 있다고 한경연은 소개했다.
한경연은 또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신주인수선택권제(포이즌필) 도입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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