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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피해 딛고 재기 성공한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 "8년 인고의 세월… 긴 터널 끝 보이네요"

창업때 신던 구두신고 초심으로

해외거래선 회복 위해 동분서주

대통령 해외순방 사절단 동행

신뢰 회복하며 사업 제안 봇물

조붕구 코막중공업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18년 된 낡은 구두를 신은 채 밝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정민정기자

수년 동안 끊어졌던 해외 거래선을 회복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럽으로, 중동으로 수만㎞를 내 집 드나들듯이 누비는 이가 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2012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간 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었던 낡은 구두의 광을 내며 각오를 새롭게 다진다. 18년 전 창업 때 신고 다니다가 몇 년 간 신발장 속에 넣어뒀던 구두다.

유압식 브레이커 제조기업인 코막중공업의 조붕구(50) 대표는 8일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게 지난 8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회사 확장을 준비하던 지난 2007년 말 거래은행의 권유로 금융파생상품인 키코(KIKO)에 가입했다가 2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내며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부동산 매각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에는 잃었던 거래선을 복원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볐다.

"1997년 창업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회사였어요.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발생했고 '코막'이라는 이름만 대면 해외 건설 시장에서는 오케이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았으니까요."

경기도 안산 반월에 공장을 두고 있던 이 회사는 사업 확장을 위해 충북 음성에 부지를 매입했고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활용했던 엔화 대출 방식으로 부지 매입 대금을 처리하려고 했다. 대출을 상담하던 은행 측이 키코를 소개했고 거절할 경우 생길지 모를 불이익을 우려한 조 대표는 1,000만 달러 규모로 가입했다.

하지만 며칠도 안 돼 환율이 오르기 시작했고 오버 헷지를 위해 1,000만 달러를 더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키코 손실액에다 엔화 대출로 인한 손해까지 겹치면서 약 180억원을 고스란히 날려야 했다. 키코 가입 직전 350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50억원 대로 급격히 추락했으며 100여명에 달하던 직원도 20여명 선으로 줄여야 했다.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이 절실히 와 닿더군요. 법정관리에 들어가자마자 믿었던 직원들이 하나 둘 떠나는 것도 모자라 회사의 영업기밀이나 기술을 갖고 나가 경쟁사에 팔아버린 거예요. 게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원자재 납품기업들이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리고 우리 물건을 받는 업체는 반대로 가격을 내리면서 채산성이 급격하게 떨어졌죠."



지난 2012년 초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을 때 조 대표는 신발장 깊숙이 넣어 뒀던 낡은 구두 한 켤레를 꺼내 신었다. 1997년 창업 때 장만했던 갈색 구두다. "여기서 무너지지 않으려면 나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뭔가가 절실하더군요. 그래서 창업할 때 사 신었던 낡은 구두를 다시 꺼냈어요. 구두 뒷부분이 다 헤져 하얀 재봉실까지 보이지만 창업 당시 각오를 다지면서 새로운 내일을 향해 달리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거죠."

코막중공업이 해외에서 쌓아왔던 브랜드 인지도에 힘입어 망가졌던 네트워크는 차츰 회복되고 있다. 조 대표는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이 실질적인 네트워크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포함되면 그 어떤 실적을 제시하는 것보다 높은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최근 다녀왔던 중동에서는 예전에 거래하던 업체들이 '마이크 조(Mike Cho: 조 대표의 닉네임)'가 어떻게 이 자리에 참석했냐고 놀라워하면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 협상을 해 오더군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대당 5억원에 달하는 범프카 40대를 1년 이내 납품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다른 중동 국가에서는 디젤 발전기(제너레이터) 사업 제안이 봇물을 이루면서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최근 경제 제재 해제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이란에서도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이란 측 사업가가 유압식 브레이커 합작 법인을 제안했는데, 경제제재 조치가 해제되면 이 또한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조 대표는 "이란 파트너가 보유한 공장의 한 라인을 유압식 브레이커 생산 공정으로 돌려 우리의 기술과 브랜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하고 있는데 이익 배분도 5대 5로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지만 올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조 대표의 말이다. "지난해만 해도 8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예측이 전혀 안 됩니다. 내수는 물론 해외 모든 시장이 안갯속이거든요. 그나마 미국은 유일하게 시장 상황이 좋은 편이라 뉴욕 현지의 딜러와 협의해 직판으로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결실이 나오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잃었던 네트워크를 다시 찾는 게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힘들더군요. 한 번 무너졌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들이는 노력과 시간이 엄청난 거지요. 하지만 낡은 구두를 다시 꺼내 신고 각오를 다졌던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차근차근 다시 쌓아가 기필코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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