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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월 24일] 문제만 키우는 市郡통합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벽"이라면서 "정부는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해서 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겠다"고 언급한 이후 전국이 요란스럽다. 마치 시군 통합만 되면 모든 지역문제가 해결되고 모든 지역이 잘 살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낳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군 통합 추진은 심각한 사실 왜곡에서 출발해 회복하기 어려운 부작용을 초래하며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우려가 크다. 선거 9개월 앞두고 추진 무리수 우리나라는 지난 1961년 파격적인 지방자치(행정)구역 통합을 단행했다. 종전에 기초지방자치단체였던 85개 읍과 1,407개 면을 140개 군으로 통합, 선진국보다 20~100배나 큰 규모로 개편한 것이다. 이어 1988년 특별시와 광역시의 자치구를 기초지방자치단체로 전환하는 대폭적인 지방자치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1994~1997년 사이 네 차례에 걸쳐 43개 시와 40개 군을 통합해 41개 통합시로 개편했다. 이 밖에도 해방 이후 지금까지 6개 광역시를 도에서 떼냈고 2006년 제주도의 4개 시군을 폐지, 제주특별자치도로 개편했다. 이렇게 보면 지난 40여년간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빈번하고 대폭적인 행정구역 개편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 또 행정구역 개편 타령이냐(?)"고 물어야 마땅하지만 대통령부터 나서서 '100년 전 만들어진 낡은 행정구역'이라고 사실을 왜곡해 시군 통합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지금 거론되는 시군 통합 논의는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선거를 9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판을 뒤흔들거나 선거 연기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행정안전부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일부 주민에게 의견조사를 한 뒤 지방의회 의견을 들어 주민투표 없이 개편을 강행하려고 한다. 이는 주민을 소외시켜 심각한 절차적 문제가 있다. 셋째, 행안부가 교부세 50억원을 비롯해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미끼로 통합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것도 방법론적으로 문제가 심각하다. 넷째, 시군 통합의 효과로 내세우는 비용절감과 효율성의 증대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역 간 갈등과 주민 불편, 지역 리더십과 지역 발전의 거점을 해체할 가능성이 높아 내용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실제로 실증적 연구 결과, 1994년 이후 통합한 지역이나 2006년 통합한 제주도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효율성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주민 불편은 가중됐다. 자원이 인구밀집 지역에 집중돼 지자체 내 소지역 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군 통합으로 지자체의 면적과 인구 규모가 커져 주민밀착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고 기초지방자치가 사실상 폐지됐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도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이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주민 수가 500~1,000명 미만의 지자체를 통합해 6,000명 정도로 개편하려는 것이었다. 일본도 최근 대대적인 개편을 했지만 평균 7만명 정도로 개편하는 데 그쳤다. 주민투표 없는 강행은 갈등 키워 우리나라 시군의 평균 인구는 21만명으로 선진국보다 10~100배나 많은데 또 다시 시군을 통합한다면 지역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훨씬 더 많은 부작용과 갈등으로 주민불편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졸속적이고 성급한 시군 통합은 중단해야 한다. 시간을 가지고 주민편익과 지역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합리적 개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자치를 전공하는 145인의 원로 중진학자들이 최근 제안한 대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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