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지난해 1월17일 개인 투자자인 B씨를 대상으로 140만주에 달하는 제3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A사는 이 주식에 대해 1년간 매매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고 이에 따라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B씨가 같은 해 7월 주식을 보호예수 해제 이후에 넘긴다는 조건을 걸고 해당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7,000만원에 달하는 차익을 챙겼다. 보호예수 주식에 대한 증권신고서 면제조항이 기업과 투자자 간 은밀한 거래에 악용된 셈이다.
금융위원회가 보호예수 기간 중 편법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편법 행위(예약매매)에 대해 공시 위반 행위로 간주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증권 발행 및 공시에 대한 규정'을 개정, 규정을 고쳐 실제 주식거래 없이 자금거래(예약매매)를 할 경우에도 이를 공시 위반으로 간주하고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해 연내 이러한 방안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보호예수 중인 주식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며 "현재는 증권신고서 제출범위를 보다 명확하게 정해 보호예수가 걸려 있는 주식을 임의로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 당국이 금융감독원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통해 규정 개정에 나서는 이유는 자본시장법상 유상증자시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를 면제해주는 조항이 편법 매매 등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8~2011년 사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거나 정정요구를 받는 등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기업이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유상증자를 실시한 곳은 87개사에 이른다. 이 가운데 48개사(55%)가 퇴출 조치됐고 또 이 중 27개사는 보호예수 기간 중 상장폐지됐다. 특히 이들 상장회사 가운데 9개사는 유상증자로 주요 주주로 올라선 투자자들이 보호예수 기간 중 주식거래 없이 보유권리만 매매하는 방법으로 총 2,161만주(305억3,600만원)를 팔았다. 이를 모르는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실제 주식거래 없이 보호예수 중인 주식의 보유권리만 사고파는 편법 행위는 증시 내 대표적 도덕적해이 현상이자 고질병으로 꼽힌다"며 "보호예수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실제로는 보호예수 기간이 1년 연장돼 매수하는 투자자에게만 다소 불이익이 가는 등 처벌 수위가 높지 않아 여전히 증시 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호예수를 어기는 주체를 자세히 보면 해당 회사의 기존 최대주주나 대표 등 책임 있는 인물들도 여럿 있다"며 "비우량 기업이 편법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퇴출되는 사례도 많고 투자자들이 회사가 목돈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투자할 수 있다는 측면을 감안해서라도 이 같은 행위를 엄중히 처벌할 근거 규정이나 법적 조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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