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대부업체의 92%가 당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2년간 영업 악화로 3,700여개가 폐업하는 등 대부업이 급속히 위축된 가운데 금융 당국도 규제 강화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주요 현안을 보고하면서 여야가 합의해 추진 중인 대부업 개정안이 대부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영세한 대부업체에 강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면 대거 폐업해 저신용자를 위한 최종 보루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대부업 개정안은 대부업자가 1억원 이상의 순자산액을 보유할 것을 의무화하고 대부업자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직권검사 대상을 자산 총액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현금 장사를 하는 영세 대부업체의 진입 장벽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현재 법안대로라면 극소수 대부업체를 빼고는 모두 망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현재 대부업은 금융기관이 아니므로 자산에 상관없이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 영업하면 되는 구조다.
금융위는 순자산 1억원 이상을 의무화하면 전체 대부업체 1만1,702개 가운데 92.2%인 1만779개가 기준에 미달, 폐업하게 될 것으로 추정했다.
순자산 5억원 이상 대부업체는 전체의 2.5%인 290개, 3억원 이상은 3.7%인 430개에 불과하다는 게 금융위 분석 결과다.
대부업체는 최고 금리 인하 등 업황이 나빠지면서 2010년 6월 1만5,380개에서 지난해 6월 1만1,702개로 급감했다.
금융위는 “대부이용자 보호 등을 위해 대부업체에 일정수준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두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구체적인 순자산액 수준은 대부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고 신중하게 검토해 나가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과도한 자본금 요건 도입은 소규모 대부업체의 대량 폐업과 불법 사금융화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대부업은 불법 채권 추심으로 비난을 많이 받기도 하지만 신용이 낮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가 생활비나 사업비 명목으로 급전을 빌리는 제3의 금융권 역할도 해왔다. 저신용자로서는 대부업마저 없으면 불법 사채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직권 검사 범위를 자산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더라도 조사 업체만 급증하지 실효는 없다고 평가했다.
현재는 자산 100억원 이상인 165개 대부업체가 직권 검사를 받지만 1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하면 446개로 늘어난다. 하지만 추가로 보호받는 대부 이용자 수가 그만큼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
기존 직권 검사 대상 대부업체의 거래가 231만3,000건이었는데 자산 10억원으로 확대할 경우도 234만건으로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직권 검사 대상 대부업체 확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감독인력 확충 등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존 직권검사 대상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주기가 오히려 길어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폐업한 개인 대부업체 등이 미등록 대부영업 등 음성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불법 사금융 단속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내달부터 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를 시행해 중개수수료 인하로 대부업체의 비용 절감을 지원할 방침이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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