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쉬는 흐름이 괜찮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백은 아직 집다운 집이 없고 중원에서 하변에 걸쳐 미생마를 수습해야 하는 부담이 남아 있다. 장쉬는 느긋한 마음으로 흑67에 꼬부렸는데…. “어떤 경우든 안일한 태세는 불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어요.”(장쉬) 백68로 씌운 이 수를 보자 장쉬는 비로소 자기 생각이 안일했음을 깨달았다. 그가 예측했던 그림은 참고도1의 백1, 3이었다. 그것이면 손을 돌려 흑4로 하변을 큼지막하게 접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백68을 당하고 나니 상변에서 중원으로 흘러나온 흑대마가 매우 위험해 보인다. 흑67로는 다른 궁리를 했어야 했던 것이다. 백74 역시 날카로운 수였다. 흑75는 궁여지책. 계속해서 백76과 78이 힘찬 수가 되고 있다. 흑79로는 참고도2의 흑1로 차단하고 싶지만 백2로 봉쇄하는 수가 너무도 통렬하다. 흑이 3으로 따낸 후에 백은 패를 계속할 수도 있고 점잖게 이어 주어도 충분하다. “흑67은 너무도 부끄러운 수였어요. 반성합니다.”(장쉬) “그 수로는 어떻게 두었어야 했을까.”(하네) “68의 자리에 두든지 가에 붙이든지 어쨌든 다른 궁리를 할 자리였어요.”(장쉬)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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