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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주공간에는 전세계가 발사한 약 3,500기의 인공위성이 지구를 돌고 있다. 그리고 계속해 새로운 위성이 추가로 발사된다. 우리나라도 지난 18일 발사에 성공한 아리랑 3호를 포함해 올해에만 총 4기의 위성을 쏴 올릴 계획이며 중국은 올해 무려 30기의 위성 발사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위성 운용국들은 위성 간의 충돌과 주파수 혼선을 막기 위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발사계획을 사전 통보하고 고유 궤도와 주파수를 부여 받는다. 그런데 위성의 숫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주파수 부족사태가 발발, 주파수 혼선에 따른 아리랑 3호의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 따르면 아리랑 3호와 같은 중ㆍ저궤도 위성이 이용하는 영상 송수신 주파수는 8.0~8.4㎓로 총 대역폭은 400㎒다. 아리랑 3호는 0.7m급 고해상도 영상을 송수신하기 때문에 지상으로 자료를 송신할 때는 320㎒의 넓은 대역폭이 필요하다. 결국 한반도 상공에 아리랑 3호가 떠 있으면 혼자 주파수 대부분을 독식해야 해 다른 저궤도 위성과의 혼선 가능성이 커진다.
항우연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다른 위성 운용국과 식별신호 등을 주고받은 다음 제한된 시간 동안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대처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인공위성 간 주파수 혼선은 이미 국내에서도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아리랑 2호가 송신한 영상신호에 잡음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항우연의 조사 결과 인근에 세워진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송수신기 주파수와의 혼선이 원인으로 밝혀진 것. 와이브로 주파수는 2.3㎓로 2.1~2.3㎓ 대역의 저궤도 위성용 영상수신 주파수와 중복된다. 결국 항우연은 와이브로 신호를 반도체 칩 내부에서 필터링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주파수의 혼선은 단순히 위성 신호의 송수신에 차질이 생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위성의 수명을 단축시키는데다 자칫 위성 간 충돌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일례로 지난 2월 우리나라의 첫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이 러시아 첩보위성과 충돌할 위기가 있었다. 항우연 관제팀의 긴급한 회피기동으로 충돌은 면했지만 이럴 때 주파수 혼선이 발생한다면 충돌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항우연이 2009년부터 위성의 주파수 혼선으로 신호를 전달하지 못할 경우 다음 지상국이 데이터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세계 지상국들과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30㎓ 대역의 KA밴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30㎓ 이상은 우주탐사선 등 특수목적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주파수로 사실상 한계치까지 주파수를 높여 사용하자는 의견이다. 천리안의 경우 이미 KA밴드 전파 발신기가 탑재돼 있으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신호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다.
염인복 ETRI 위성탑재체개발팀장은 "아직 KA밴드는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 전파 손실이 높다는 게 한계점"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해나가면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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