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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6월 5일] 지급결제 허용의 문제점

김자봉(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정부가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에도 지급결제업무를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정부의 방침대로 될 경우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및 보험사 모두 지급결제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허용이 규제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시스템 안정성을 저해할 가능성을 높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기관간 형평성 해칠 수도
결제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권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정리가 채 이뤄지기 전에 증권사는 이미 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있는 지위를 얻은 상태이고 보험사도 그러한 지위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증권 및 보험사는 국제건전성 기준인 바젤Ⅱ를 적용 받지 않음에 따라 규제 차이를 이용한 이익 추구행위(regulatory arbitrage)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급결제서비스는 예금의 목적 가운데 하나이며 예금과 함께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따라서 지급결제업무의 허용은 곧 예금업무의 허용을 의미한다. 은행법이 아닌 다른 법률로 예금업무를 허용한다고 해서 예금업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은행법에 의한 은행과 은행법에 의하지 않는 은행이 가능하게 됐다. 말하자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규제 차이로 야기되는 문제의 심각성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히려 규제 차이를 없애기보다 더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의회의 특별보고서는 금융회사의 규제 차이를 이용한 이익추구행위가 금융안정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규제 차이의 허용은 감독 대상인 금융회사가 감독 당국을 희롱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급기야 정부의 효율적인 감시ㆍ감독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동안 미국에서 초래된 규제의 복잡성ㆍ불명확성 및 시스템 위기는 광범위한 업권 간 규제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견해이다. 이러한 지적을 염두에 둘 때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는 규제 차이는 심각한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정부의 이러한 정책 결정은 ‘업종 간 형평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견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바젤Ⅱ 등 건전성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이뤄지는 지급결제업무 허용은 오히려 금융기관 간 형평성을 해치고 더 나아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 둘째, 소비자 보호에 역행한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증권사가 투자자 재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런데 이러한 담보 허용은 고객의 재산을 임의로 사용ㆍ처분하는 것으로 고객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 또한 지급결제업무에 대한 내부 겸영은 지주회사와 달리 자금이동ㆍ거래에 있어서 투명성이 낮아 투자자 재산인 지급결제자금의 전용을 엄밀히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 셋째, 규제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 주요 3대 금융산업인 은행ㆍ증권ㆍ보험업에 대해 일부는 지주회사 방식, 다른 일부는 내부 겸영 방식 등 규제 철학이 서로 충돌하는 법체계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게 돼 규제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고 불명확하게 함으로써 규제 공백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시스템위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한다. 엄격한 건전성 잣대 적용해야
넷째, 증권 및 보험사는 일시적으로 규제차이에 따른 이익을 실현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전성 관리 실패로 파산한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처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인 폴 볼커가 의장을 맡고 있는 G30 보고서 ‘금융개혁: 금융안정을 위한 기초’는 규제 차이 해소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은행과 유사한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머니마켓펀드(MMF)는 은행으로 전환돼 적절한 규제ㆍ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증권사 등의 지급결제 관련 상품은 은행상품으로 전환돼 합당한 규제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결정인 셈이다. 우리 역시 건전성 규제를 엄밀히 하고 규제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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