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은행(WB)의 기업환경 보고서가 자국 순위를 너무 낮게 매겼다고 반발해 보고서 발간 자체를 막으려 하면서 김용(사진) 총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환경 보고서는 매년 185개국의 기업규제 정도를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WB의 주요 보고서 가운데 하나다. 문제는 올해 보고서에서 중국이 관료주의와 조세체계 개혁이 미진하다며 순위가 중간 정도인 91위에 그치면서 불거졌다. 한빈 WB 중국 대표대리는 지난해 가을 이 보고서에 대해 "중국 등 신흥국이 지나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반발하며 보고서 삭제를 시도했다.
중국은 물론 다른 신흥국들의 불만이 거세짐에 따라 김 총재는 독립 팀을 만들어 보고서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재검토팀에 기존의 보고서에 비판적인 인사들이 포진하면서 또 다른 공정성 시비를 낳고 있다. 트레버 마누엘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계획위원회 장관이 재검토팀을 이끌면서 피터 바크비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무담당 대표를 지낸 제프리 오원스 등이 패널로 참가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보고서가 규제철폐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중국 등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들이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WB가 순위를 매기는 일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WB 측은 보고서가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조사됐으며 해당 국가에는 순위 상승을 위해 규제를 개혁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된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찬반 여론이 격화되면서 WB가 예정대로 5월 말 보고서를 채택할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FT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엉뚱한 데 사용하고 자유민주적인 경제처방에 도전하려 한다"며 "김 총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