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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예상보다 심각… 가산금리 부르는게 값"

은행장과 해외지점장이 전하는 자금시장<br>홍콩·싱가포르 투자자도 눈·귀 온통 美·유럽으로<br>그나마 단기물은 거래


"현금을 보유하려 할 뿐 중장기채권을 사려는 투자자는 거의 전무했다." 서울경제신문이 글로벌본드 발행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로 악화돼 있는지 해외 현지를 점검하고 온 은행장과 뉴욕ㆍ홍콩ㆍ싱가포르의 국내 은행 현지 지점장들을 접촉한 결과 이들은 국제 금융시장 상황에 대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얘기를 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된 위기가 예상보다 훨씬 깊고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면서 해외에서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게 막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뉴욕에서는 투자자들이 오는 10월 초까지는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게 대세였다고. 이 때문에 중장기 글로벌본드 발행시장 자체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단기채권 등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혹여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난 2008년 리먼 사태처럼 확산될 우려도 있다는 이유에서 1년 이상 되는 채권에 대한 투자는 없고 심지어 3~6개월짜리 글로벌본드 발행도 쉽지 않다는 것. 당장의 외화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위기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외화를 확보하려는 국내 은행은 물론 공기업들이 글로벌본드 발행시기를 순연시키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미국시장 중장기 채권 발행은 묶이고 가산금리는 부르는 게 값=홍콩ㆍ뉴욕ㆍ워싱턴을 8일간에 걸쳐 돌아보고 온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중장기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이나 해외금융기관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3개월 미만의 단기 글로벌본드에 대한 투자심리는 살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현지의 지점장 등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서태원 신한은행 뉴욕지점장은 "국가를 가릴 것 없이 은행이건 기업체이건 글로벌본드를 발행하기는 여건이 참 좋지 않다"면서 "풍부한 유동성으로 돈은 있는데 다들 불안감 때문에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려는 은행ㆍ기업들도 여건이 나빠지면서 발행시기를 조율하면서 관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은행 역시 만기 5년6개월에 5억~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는 시장이 좀 안정될 때까지 발행을 늦췄다. 시중은행의 한 자금담당 임원도 "시장도 열리지 않지만 가산금리는 거의 부르는 게 값일 정도"라면서 "현재는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콩의 귀는 미국과 유럽으로…단기물은 그래도 거래=홍콩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다. 김강일 외환은행 홍콩지점 차장은 "투자자들의 눈과 귀가 미국과 유럽을 향해 있다"면서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를 좀처럼 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홍콩은 그래도 8월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때보다는 상황이 낫다"면서 "1~3개월짜리 단기물은 활발하게 발행되고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짧은 투자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고 글로벌본드 등을 사고 있다는 얘기다. 위기가 더 깊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으로 인해 홍콩에 있는 현지은행이나 외국계은행들은 차입을 점차 줄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위기가 길어질 경우 차입이 많으면 쇼크에 견디기 힘들기 때문에 대체로 차입의 양이나 속도를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줄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그래도 사정 나아=싱가포르의 경우 사정은 그나마 좀 더 낫다. 김재호 외환은행 싱가포르 지점 차장은 "글로벌 뉴스에 다들 주목을 하고는 있지만 2008년 정도의 상황은 아니어서 자금시장 자체가 크게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다"면서 "다만 이쪽 역시 현금보유에 대한 경향이 강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감독 당국도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하면서도 "다만 추가적인 외화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본드 발행시장자체가 막혀 있기 때문에 금융공기업 등이 선제적으로 자금확보를 시도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한 방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매일매일 소식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현재의 상황은 은행이나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발행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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