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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7월30일] 소스타인 베블런


창고에 쌓아둔 100만원짜리 코트가 갑자기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1,000만원짜리 가격표를 붙였기 때문이다. 과시적 소비의 전형이다. ‘가격이 낮을수록 판매량이 많아진다’는 고전경제학의 논리와는 정반대인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 끌어들인 주인공은 소스타인 베블런(Thorstein Veblen). 괴팍하고 이단적이었지만 미국 제도학파의 원조다. 1857년 7월30일 미국 윈스콘신의 노르웨이 집단 이민촌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 입학 전까지 영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채 자라났다. 칼턴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을 거쳐 예일대학에서 칸트를 연구해 철학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았다. 부정확한 발음과 신앙심이 없다는 평판 때문이다. 고향에 돌아와 7년간 고학력 백수로 지내며 36개 언어로 쓰여진 온갖 서적을 섭렵한 그는 코넬대학원에 다시 들어가 경제학을 공부하며 경제학자로 거듭났다. 35세 나이에 시카고대학의 강사 자리를 얻은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부자들을 조롱한 ‘유한계급론’의 출간(1899). 베블런은 사치를 원시사회로부터 내려온 강자의 자기과시 행위의 연장선으로 봤다. 부자의 금고에 쌓인 돈은 본질적으로 원시부족이 확보한 머리가죽과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강도 귀족’이라고 불리던 벤더빌트와 굴드 등이 활개치던 시절, 유한계급론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음에도 베블런은 1929년 72세로 생을 마칠 때까지 곤궁한 삶을 살았다. 무뚝뚝한 성격과 끊이지 않았던 애정행각 탓이다. 당대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베블런의 생각은 역사와 제도를 중시하는 미국 제도경제학파를 낳았다. 제도학파는 미국에서도 비주류였지만 독점규제법과 뉴딜정책, 미국 복지정책에 사상적 근거를 제공했다. 경제학자 존 갤브레이스가 베블런의 대표적인 제자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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