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구 궤도 상에 떠있는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표면에 있는 망원경들과 달리 배경 반사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 덕분에 탑재된 초고감도 카메라로 지상에서보다 훨씬 더 먼 곳에 있는 은하의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 하지만 허블 우주망원경을 포함한 현존하는 그 어떤 망원경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해있는 달의 표면에 39년 전 닐 암스트롱이 남겨놓은 발자국을 촬영하지는 못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천문학자인 프랭크 섬머즈 박사는 “허블 우주망원경과 달 사이의 거리, 직경 2.4m인 주 반사경의 촬영 능력 등을 감안할 때 허블 우주망원경의 해상도를 최고로 높여도 미식축구 경기장 크기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그의 계산에 따르면 허블 우주망원경의 1픽셀 크기를 인간 발자국 정도로 하려면 주 반사경 직경이 최소 720m는 돼야 한다. 이건 약과다. 암스트롱이 신었던 우주 신발의 발바닥 무늬까지 식별하기 위해서는 직경이 무려 14.4km에 이르는 주 반사경이 필요하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현실적으로 이런 크기의 우주망원경을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섬머즈 박사의 해법은 여러 대의 우주망원경을 수km 간격으로 배치한 후 달 표면의 특정 발자국을 찍는 것. 이렇게 얻은 다수의 이미지를 컴퓨터로 조합할 경우 월면차가 남긴 바퀴 자국을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한낱 인류 달 탐사의 기념품을 보기 위해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그 시간에 우주를 조금이라도 더 탐사하는 것이 한층 가치 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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