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때이른 한파가 찾아오면서 전력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올해 동계 피크가 내년 1월 둘째 주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초겨울 추위가 예상보다 빨리 극성을 부리며 전력수급이 당장 다음달부터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1~3개월 날씨전망에 따르면 올 겨울은 예년보다 평균기온이 낮고 찬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기온의 변동폭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예년과는 달리 초겨울인 12월에 때이른 한파가 찾아올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대기업 절전규제 등이 본격화되는 내년 1월이 되기도 전에 전력수급 비상 사태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예비력이 12월에는 171만㎾, 1월에는 127만㎾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파가 몰아칠 경우 당장 12월부터 비상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4년간 동계피크는 1월 둘째 주에서 2월 첫째 주 중에 찾아왔다. 12월 말부터 1월 초까지도 날씨가 춥긴 하지만 연말연초 휴무 관계로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은 편이다. 지경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연말연초 전력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12월 초중순에 예년보다 날씨가 추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지경부가 준비한 대기업 절전 규제, 선택형 피크요금제 등 각종 전력수급 대책들은 대부분 1월부터 시행된다. 또 전력수급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광 원전 5ㆍ6호기의 재가동도 12월 중순까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여기에 12월 중순에는 대통령 선거 등 국가 주요 일정이 예정돼 있어 전력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파장이 매우 클 수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국전력 등이 시행하는 수요관리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초겨울 전력수급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올해 신설한 한전의 '당일 예고제'를 다음달 1일부터 당장 시작하기로 했다. 당일예고제는 전력수급에 문제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예약된 기업 고객들과 당일에 바로 전력감축 협의를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최소 하루 전에 이 같은 협의가 이뤄졌으나 앞으로는 3시간 전에 통보해 바로 전력감축이 시작된다.
한전은 이 같은 수요관리 제도를 통해 초겨울 추위가 본격화되는 다음달 전기 사용량을 약 200만㎾가량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변압기의 탭을 조절하는 방식을 통해서 120만㎾가량 감축이 가능하고 그 밖의 당일 예고제 등 수요관리 제도의 효과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오성 LNG복합 발전소의 준공을 최대한 앞당기고 에너지 절약 홍보도 서둘러 강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계획에도 불구하고 때이른 한파로 올 겨울 전력수급은 다음달부터 살얼음판을 걷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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