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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CCTV의 오만과 편견


"중국중앙방송(CCTV)의 오만과 편견에 넌더리가 난다"

몇 일 전 IMB의 글로벌비즈니스 파트너인 조지 천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린 글이다. 어차피 공산당과 정부 지침에 충실한 중국 국영 방송인데 뭘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며 "안 보면 그만이지"라는 댓글도 올라왔지만 중국 언론의 전체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되며 웨이보를 뜨겁게 달궜다.

CCTV의 보도행태에 대한 논란의 발단은 CCTV의 불공정 보도를 문제 삼았다가 해고당한 왕칭레이 PD가 당국의 상시적인 보도통제 실상을 폭로하며 불붙었다. 왕 PD는 자신의 웨이보에 올린 '공개 사직서'에서 "우리는 매년 1,000건이 넘는 선전 지침을 받는다"며 "언론의 진실성과 전문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라고 고백했다. 왕 PD는 지난 8월 성매매 현행범으로 체포된 인터넷 논객 쉐만쯔에 대한 CCTV의 과도한 공격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해고됐다. 당시 CCTV는 메인 뉴스 프로그램인 신원롄보까지 총동원해 쉐만쯔를 파렴치범으로 몰았고 그의 비판적 시각까지도 평가절하했다. 왕 PD의 공개사직서는 하루 만에 웨이보에서 삭제됐다.

중국인들의 정치의식 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CCTV는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많은 중국 지식인들이 시진핑 정부 들어 언론 통제가 더 심해지며 CCTV가 초점을 잃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난 10일 상하이의 미세먼지(PM 2.5) 농도가 600㎍/㎥에 이르러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 기준치(25㎍/㎥)의 24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CCTV의 홈페이지에는 '중국의 극심한 스모그가 주는 다섯 가지 혜택'이라는 글이 올라와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CCTV는 "스모그 앞에서 중국인들이 평등한 상황이며 단결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 개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스모그와 관련한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CCTV의 이 같은 분석에 중국인들은 "CCTV가 코미디 전문 채널로 바뀐 걸까. CCTV라면 다 통할 것이란 오만이 극에 달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초점 잃은 CCTV의 보도는 엉뚱하게 다국적 기업으로 화살이 향한다. 애플·삼성전자의 애프터서비스를 공격하며 재미를 본 CCTV는 스타벅스를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공공의 적으로 만들겠다는 CCTV의 계획은 완전히 빗나갔다.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스타벅스를 비판했지만 오히려 화살은 미친 듯이 오르는 부동산 가격에 꽂혔다. 비싼 커피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집값이 비싸다고 거주지를 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정작 폭리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독점을 유지하는 CCTV 아니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여기다 뒤이어 스타벅스에 대한 보도를 놓고 CCTV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고 다국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침을 CCTV가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내부고발이 나오기도 했다.



CCTV의 오만과 편견이 뻔히 보이지만 대응할 뾰족한 방법은 없다. 2년 전 CCTV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인 315 완후이에 거론된 후 아직도 과거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처럼 찍히면 끝이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직접 나서 해명할 정도가 아니면 CCTV의 보도에는 반론도 제기하기 힘들다. 공정성보다는 정부의 다국적 기업 잡기를 충실히 수행하면 된다는 논리가 CCTV 내부에 퍼져 있다. 중국 정부의 다국적 기업 잡기는 빈부격차·물가 등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을 다국적 기업의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중국인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민족주의 감정을 건드리면 여론몰이가 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중국 경제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앙경제공작회의의 6가지 업무 중 마지막이 대외개방 확대다. 외자 기업에 대한 공평한 대우와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에 대해 통일된 법규를 마련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약속을 믿는 외자 기업은 없다. 중국의 개혁개방 20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던 약속이지만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처럼 우리 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에 의지하기도 힘들다. 한국 정부의 중국진출기업 지원책은 이미 한계에 이른지 오래다. 방해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란 말도 나온다. 기업 스스로 차이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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