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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부동산 시장 자본구조 바꾸자

박재룡<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최근 들어 외환위기 이후 우리에게 익숙했던 외자 유치(혹은 외국 자본)를 좀더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제일은행ㆍ외환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외국계 자본에 인수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논의는 외국의 단기적 투기자본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양상이다. 잠시 외환위기 당시를 기억해보자. 크고 작은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각 가정의 가장들은 실업자가 돼 길거리로 내몰리는 등 꽤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족한 외화를 모으기 위해 정부는 물론이고 국민 개개인들까지 집안 장롱 속 금반지를 내다 파는 등 동서분주해야만 했다. 기업과 가계가 험난한 구조조정을 한 결과 어찌됐든 이제는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에 달해 적정성 논란이 불거질 정도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을 인수하거나 국내에 공장 등을 건설한 외국 기업(또는 자본)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외국 자본은 무조건 ‘우리편’이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마치 6ㆍ25당시 유엔군처럼 비쳐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우리편’이라는 외국 자본은 외환위기에 고생하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지원할 목적으로 들어온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나름대로 수익 창출이 목적이었다. 물론 외국 자본이 그동안 국내 경제 및 산업발전에 기여했음을 부인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외국 자본의 국내 유치 필요성이 있다는 데 반론의 여지도 없다. 다만 투기적 자본이 아닌 보다 양질의 외국 자본을 선별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부동산시장을 살펴보자. 부동산시장 역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개방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 매물들을 쏟아내야 했고 정부는 공적자금까지 투입하며 매물 소화를 지원했다. 특히 여의도 대형 증권사 빌딩의 상당수가 외국 자본에 매각됐다. 또한 서울의 강북ㆍ강남 등의 대형 오피스 빌딩들 역시 외국계로 많이 바뀌었다. 토지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4년 말까지 외국인들이 보유한 국내 토지의 규모는 4,772만평이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약 26%, 여의도 면적의 18.6배에 달한다. 그런데 국내 부동산들의 소유권이 외국계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도 표출되고 있다. 올해 초 어느 외국계 자본이 국내 대형 빌딩의 매매 과정에서 보여준 사례가 이를 반증한다. 이 외국계 자본은 강남의 모 빌딩을 약 6,000억원에 구입한 후 이를 다시 외국계 회사에 약 8,600억원에 되팔았다. 몇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약 2,600억원의 매매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그리고는 부동산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국제조세협약에 의해 우리나라 세무 당국의 과세권을 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상으로는 합법적이라고 한다. 무언가 석연치 않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에 진입한 외국 자본에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안겨주고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결국 외국의 조세 회피용 자금들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그들에 의해 국내 부동산시장이 교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외국 자본의 국내 진입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국수주의 입장이나 소탐대실(小貪大失) 발상은 더더욱 아니다. 건전한 양질의 외국 자본 위주로 유치하자는 의미일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조세협약을 단기간 내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구입 단계부터 외국 자본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물론 당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국내 부동산시장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건전한 외국 자본 위주로 유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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