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팬들에게는 프로야구의 개막이 새해의 시작이나 다름없다. 지난1982년 출범했으니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역사는 어느덧 올해로 30년이 되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었으며 사람으로 치면 스스로 세상에 우뚝 서야 하는 이립(而立)의 나이가 된 것이다. 국내 프로야구는 월드컵의 열풍과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 미국 메이저리그의 인기 등으로 잠깐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우리 대표팀의 눈부신 활약으로 야구 붐이 다시 일면서 현재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대세로 자리잡은 데이터 야구 지난해 592만명의 관중을 동원한 우리 프로야구가 올해 사상 첫 600만 관중 기록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한국야구위원회가 설정한 660만 관중 달성 목표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지난주에 열린 개막전 4경기 입장권이 모두 매진됐다고 한다. 야구가 인기 있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을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야구공의 실밥은 인간의 번뇌를 상징하듯 108개이다. 진짜 야구는 9회 말 투 아웃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야구는 경기마다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막판 역전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는 기록과 통계의 스포츠이기도 하다. 그라운드의 모든 움직임이 빼곡히 기록되는 경기이다. 점수와 경기 승패는 물론 투수의 투구, 타자의 스윙, 수비수의 실책 하나하나가 모두 세밀하게 기록되고 통계 및 확률로 분석이 되고 감독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경기운영 전략을 세우고는 한다. 지금은 부상 등의 이유로 활약이 미미하지만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의 경우 워낙 당겨치는 타구가 많다는 통계를 분석한 상대팀이 수비위치를 극단적으로 오른쪽으로 가져가는 '이승엽 시프트'라는 용어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요즘은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데이터 야구가 대세이다. 최근 몇 년간 프로야구의 최강 팀은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와이번스였다. SK를 지난 4년간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으로 만든 김성근 감독의 비밀병기는 바로 '통계활용', 즉 '데이터 야구' 전략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 감독은 여러 시즌을 거치면서 쌓인 상대팀과 선수들 개개인의 전력들을 철저하게 분석해 상황에 맞는 맞춤 전술을 구사한다. 상대 전적, 타구방향은 기본이고 저 투수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얼마인지를 참고해서 작전지시를 내린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보면 상당히 머리가 아플 것 같기도 하다. 김 감독의 데이터 야구가 성공하자 타 구단들도 몇 해 전부터 전력분석 인력을 보강하는 등 데이터 야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물론 통계가 만능은 아니다. 통계분석은 야구 경기 승리를 위한 하나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통계는 실패를 줄여주며 미래를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통계와 확률은 어렵다고 기피하면서도 야구기록과 통계는 줄줄이 외우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처럼 통계도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지어 이해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통계청을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생산하는 믿을만한 통계와 친숙해지면 인생이라는 야구경기를 한층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생설계도 통계 친화형으로 지난해에는 통계청이 실시하는 조사 중 한국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 인구주택총조사가 인터넷 조사참여율 47%이상을 달성하는 등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조사에 참여한 국민 모두가 시리즈 우승의 일등 공신이자 주역이었다. 올해도 통계청에서는 오는 5월23일부터 6월24일까지 33일간 우리나라 330만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경제총조사를 실시한다. 조사가 완료되고 분석되면 우리나라 경제 분야의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 통계전략지도를 사용하게 될 모든 경제주체들이 인생과 사업이라는 야구경기에서 늘 승리하는 게임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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