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대마가 무사히 산다는 결론이 검토실에서는 이미 나와 있었다. 그러나 창하오는 그 간단한 수를 읽지 못하고 엉뚱한 수를 두어 바둑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백48이 실착이었다.
"그 수로도 사나?"(김성룡)
"문제가 있는데요."(목진석)
합동으로 참고도1이 만들어졌다. 백대마가 잡히는 그림이었다. 시끄러워진 검토실의 구석 자리에 앉아서 필자는 생각했다. 대마불사라는 바둑격언을 잘 알면서도 이세돌이 사납게 총공격을 감행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사납게 휘몰아치면 일단 당하는 쪽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마련이다.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두려움은 실수를 낳기 쉽다. 이세돌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을 뭉텅뭉텅 쓰면서 창하오는 고심을 거듭했다. 백52로 건너붙여 뒷맛을 만들어놓고 백54와 56으로 안형만들기에 골몰했는데…. 백56을 보고 이번에는 이세돌이 장고에 들어갔다.
"잡으러 가겠지?"(김성룡)
"물론이지요."(목진석)
사는 수가 없을까. 검토진이 합동으로 새 가상도를 만들어냈다. 참고도2의 흑1로 일단 연결하면 백은 2에서 4로 안형을 갖추는 도리밖에 없다. 그것이면 흑5 이하 9로 결국 패가 난다는 결론이 나왔다. 패가 나면 흑이 편한 바둑이다.
그런데 10분의 장고 끝에 이세돌이 둔 수는 실전보의 흑57이었다. 검토실의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아니 이런 무식한 방법이 있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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