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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퇴임과 동시에 변호사업계에서 '레인메이커'(놀라운 실적을 올려주는 사람) 후보로 떠올랐던 사법연수원 13기 고검장들이 속속 로펌을 선택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형 로펌들은 내년 총선ㆍ대선을 앞두고 한상대 검찰총장이 정권말 사정 강화론을 들고 나오자 올 연말부터 형사사건 수요가 급격히 늘 것을 겨냥해 최근 퇴임한 5명의 고검장 영입에 사활을 걸어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첫 영입인사는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나왔다. 지난 주 태평양은 황교안 전 부산고검장과 함께 성영훈(사법연수원 15기) 전 광주지검장을 고문으로 영입하면서 형사팀을 강화했다. 태평양은 '공안통'으로 명성을 날린 황 전 고검장의 영입으로 다가올 연말부터 시작될 선거관련 자문과 형사사건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장ㆍ세종ㆍ화우ㆍ바른 등 다수의 순위권 로펌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용석 전 대검 차장은 고심 끝에 법무법인 광장을 선택했다. 광장 관계자는 "박 전 차장이 최근 광장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며 "오는 10일부터 광장의 대표변호사로서 활동할 계획이며 법조인으로서 두말할 필요 없는 실력과 인품으로 광장 형사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이 대표 변호사가 됨에 따라 광장 형사팀은 박 전 차장을 중심으로 재정비될 전망이다. 로펌의 한 관계자는 "수사실무는 물론 기획력까지 두루 겸비한 박 전 차장에게 거의 대부분의 로펌이 의사를 타진했고, 일부 대형 로펌은 구체적인 영입안을 놓고 인터뷰 자리까지 거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에서도 진취적인 CEO형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조근호 전 법무연수원장은 후배들과 작은 로펌을 만들어 진짜 CEO로 거듭났다. 조 전 원장은 최순용(19기)ㆍ구태언(24기)ㆍ오영주(32기) 변호사와 함께 '법률사무소 행복마루'를 설립하고 대표 변호사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은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과 황희철 전 법무부 차관은 로펌이 아닌 다른 길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차 전 고검장과 황 전 고검장은 검찰 재직시절 미래의 유력한 검찰총장, 또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며 "로펌보다는 향후 공직행을 염두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형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고위공직자의 로펌행이 다소 부적절한 시각에서 비춰지고 있고, 로펌에 한 번 들어오면 다시 공직에 못 돌아가는 분위기 탓에 두 전 고검장이 신중한 행보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변호사업계에서는 이들 13기 고검장 외에 홍만표(17기) 전 검사장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현역시절 '특수통 검사'로 명성을 날린 뒤 국회 사법개혁특위 논란 이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검사직을 떠난 홍 검사장은 이른 바 '블루칩'으로 거론되고 있다. 검찰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선후배 관계가 좋고, 현재 검찰의 수사실무가 그의 동기인 최재경(17기) 대검 중수부장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몇몇 대형로펌은 홍 전 검사장에게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 검사장은 사개특위 논란 과정에서 악화된 건강상태를 추스르면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며 정중하게 거절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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