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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변신 '제2 샤오미쇼크'] 철강 국내시장 40% 잠식

<3> 중국산에 설자리 잃은 '메이드인 코리아

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서 밀려나


싼 가격에 품질도 좋아져 안방마저 뺏길 판
조선 등 전략산업 기술력 한국 곧 따라잡아
토종기업 출혈경쟁 지양·신흥시장 공략 등
경쟁우위 고려해 다양한 출구전략 마련해야


동국제강은 최근 경북 포항 제2후판공장(190만톤 규모)의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제1후판공장(60만톤 규모)을 폐쇄한 뒤 3년 만이다. 제2후판공장의 문을 닫으면 동국제강의 후판 제조시설은 충남 당진 공장(150만톤)만 남게 돼 3년 전보다 생산능력이 3분의1로 줄어든다. 동국제강은 1971년 국내 최초로 후판(선박·해양플랜트용 두께 6㎜ 이상 철판) 사업에 진출했다. 후판은 한국 산업 발전과 성장세를 같이하며 동국제강의 주력으로 자리매김했지만 낮은 가격의 중국산 제품이 밀려들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2011년 이후에는 국내 조선업 불황까지 겪으며 결국 동국제강은 울며 겨자 먹기로 후판 사업을 대폭 정리할 상황에 놓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1,340만톤으로 2013년보다 34.9% 급증했다. 국내 시장에서 수입재 비중은 40%대를 웃돌며 대표적인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업의 존폐까지 위협하고 있다.

중국 수출 덕을 톡톡히 보던 석유화학업계 역시 중국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가동을 멈춘 SK종합화학 울산콤플렉스(CLX) 스틸렌모노머(SM) 공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철강이 국내 시장을 중국에 뺏기고 있다면 석유화학은 중국 시장에서 현지 업체에 밀리는 모양새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을 정도로 중국이 제 텃밭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석유화학 3대 제품(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자급률이 2010년 64.9%에서 지난해 79.1%로 치솟았고 앞으로 5년 내 1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돼 더 이상 중국에 기대기 어려워졌다.

특히 중국 시장 내 공급과잉이 벌어질 경우 국내 시장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에 품질 얹고 한국 시장 잠식='제2 샤오미 쇼크'의 징조는 전 산업 분야에서 고르게 관측된다. 철강협회가 조사한 올해 3월 기준 국내 철강 시장의 수입산 비중은 44.0%였다.

특히 종류별로 핫코일(41.2%)과 선재(47.9%), 컬러강판(40.0%), H형강(36.1%) 등은 중국산이 상당 부분 점령했다. 철강협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철강 시장의 기반 자체를 흔들 정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참다못한 국내 업체들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까지 했다. 문제는 중국 철강재 품질이 개선돼 국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이 가격 매력에 질까지 좋아졌다"며 "공사비를 아끼려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정부가 무조건 철강업계의 얘기만 들어줄 수도 없는 형편이다.



앞으로 여건은 더 좋지 않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환경규제와 중국 내 공급과잉으로 5년 내 중국 소형 철강사들이 문을 닫고 기존 중대형 업체들은 질적성장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주현 포스코경영연구원 베이징사무소 책임연구원은 "중국 철강사 경쟁력이 강화돼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늘면서 한국에 위협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선업의 경우 비교적 건조가 쉬운 벌크선을 중국이 독차지하면서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타격을 받았다. 2007년 27개가량이던 국내 중소형 조선사는 지난해 말 기준 6곳만 남았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이나 초대형 유조선·컨테이너선, 해양플랜트 등은 아직 중국과 기술격차가 상당하지만 세제혜택 등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고 중국 조선사들이 맹추격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중국의 샤오미와 화웨이·레노보 등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지난해 세계 시장의 32%를 중국산이 꿰찼다. 2011년 7%에서 3년 만에 점유율이 4배 이상 불어났다. 한국은 29.5%로 중국에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확보한 게 주효했지만 가격경쟁력에 높은 기능을 갖춘 점도 점유율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각 부문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어 주요 전략제품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가 자꾸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의 경우 유조선, 대형 컨테이너선 기술력이 2년 내 따라잡히고 스마트폰은 중국 제품이 더욱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액정표시장치(LCD)는 2~3년 내 중국과 기술격차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섬유·의류 분야는 3~5년 내 중국이 한국을 추월할 수도 있다.

◇국내 기업 간 경쟁 줄이고 시장 넓혀야=중국의 기술력 신장을 막을 도리가 없는 만큼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흥국 시장 개척을 주요 대응방안으로 꼽고 있다. 석유화학 분야의 경우 국내 기업 간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화 제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장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분야는 과도한 중국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선 부문은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당분간 국내 '빅3'의 경쟁력이 유지되는 만큼 국내 중소 조선사들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가 관심이다. 이 역시 조선사들 간 공동 영업과 연구개발(R&D)이 열쇠라는 분석이다. 또 국내 업체 간 과도한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를 막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선종 제작을 위해 중소 조선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형 개발과 연비 개선을 위한 정부와 학계의 지원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웨어러블 등 차세대 기기 시장 선점과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저가 모델 개발이 대안으로 나온다.

중국과 경쟁우위를 고려해 과감한 출구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철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중국 간 경쟁우위를 꼼꼼히 따져보되 중국 잠재역량이 뛰어난 영역은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중국 기업의 조립 능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핵심 부품 제작으로 주력을 바꾸거나 출구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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