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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 주유소 "인하 통보 못받아"

대형 정유사 휘발유·경유값 인하 첫날 곳곳서 마찰<br>직영점서만 가격 내려

정유 4사가 일제히 휘발유·경유 값을 내린 7일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국내 대형 정유회사들이 7일부터 휘발유 가격인하에 나섰지만 정작 일선 자영업 주유소들과는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아 곳곳에서 소비자와 마찰이 빚어졌다. 이날 0시부터 SK에너지와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S-Oil 등 정유 4사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리터당 100원씩 내린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현장에서는 가격을 내리지 않는 곳이 많았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주유소에서는 휘발유와 경유를 전날과 같은 가격에 팔고 있었다. 본사의 가격인하 방침에 대해 주유소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직영이 아니고 자영업소인데 아직 본사로부터 가격인하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통보 받은 것이 없다"며 "내일 영업담당자가 찾아온다고 했는데 그때 가격인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서구 염창동의 또 다른 자영주유소는 전날보다 휘발유와 경유값을 80원씩만 내렸다. 이미 1~2주 전에 지금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인 재고물량이 소진되지 않아 100원씩 인하할 경우 손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주유소의 관계자는 "앞으로 할인된 공급가격으로 기름을 받기 전까지는 재고물량을 써야 한다"며 "우리는 상대적으로 재고물량이 적어 할인에 들어갈 수 있지만 다른 상당수 자영주유소의 경우에는 재고물량이 많아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인하를 예상하고 주유소를 방문한 운전자들은 전날과 같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확인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서대문구 연희동에 거주하는 자가 운전자 김모씨는 "휘발유값 인하 소식을 듣고 일부러 어제 퇴근길에 기름을 넣지 않고 아침 출근길에 주유소를 찾았는데 가격이 그대로였다"면서 "직원으로부터 공급가가 내린다는 것이지 판매가 인하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만 들었다"며 어이없어 했다. 전체 주유소 가운데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는 1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가 3,400여개 중 300개, 현대오일뱅크는 2,300여개 중 300개, S-Oil은 1,900여개 중 150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직영과 달리 자영주유소는 재고물량이 있어 가격인하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정유사가 마음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구조다. 이서해 소비자시민모임 석유감시팀장은 "국내 주유소 업계가 자영업자들이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정유사가 공급가를 낮춰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 인하된 공급가로 제공해도 주유소들이 그전에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 편법을 쓸 가능성도 있어 이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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