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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협회와 한국벤처캐피탈협회는 지난해 3년의 상근부회장 임기가 만료되면서 나란히 새 인물로 교체했다. 하지만 사람만 바뀌었을 뿐 모두 중소기업청 출신 인사들이다.
최근 선임한 중소기업기술혁신(이노비즈)협회 상근부회장도 마찬가지다. 중기청 과장ㆍ국장->지방중기청장->중기 단체ㆍ협회 상근부회장이 중기청 공무원들의 근무순서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이상권 새누리당 의원은 "중기청도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고위 공무원이 퇴직을 하고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낙하산식 재취업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기청 등록 유관단체, 비영리법인 등의 중기 관련 단체들은 약 130여개에 달한다. 주요 기관의 노른자위직부터 소규모 기관장까지 중기청 낙하산이 떨어지지 않은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심지어 특정 위치에 올라서면 그 자리에 대한 책임감에 앞서 다음 자리(낙하산)부터 도모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아예 중기청은 산하 단체ㆍ협회 자리를 함께 고려해 인사를 하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갑(甲)의 지위를 이용해 민간부문의 자리를 독식하는 현상은 최근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 부처로서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유관기관으로 재취업하면 중기청에서의 잔여 정년보다 오랜 기간 근무하는 특혜를 누리게 된다. 또 대략 1억원에 달하는 연봉과 고급 승용차, 운전기사 그리고 판공비를 함께 받는다. 즉, 중기청 퇴직 공무원 낙하산 1인을 쓰는 예산이면 관련 단체에 5명 이상의 청년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중소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 창출 문제가 심각한데 불필요한 자리를 없애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조직을 꾸려나가야 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여러 기관이 난립하다 보니 이들이 가는 단체ㆍ협회 중에는 유명무실한 곳도 많다. 이러한 기관들은 중기청 출신들이 당겨오는 정부 지원금을 통해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간다는게 중소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기청 출신 낙하산 임원들과 낙하산을 희망하는 현직 공무원들은 협회 등이 각종 프로젝트 명목으로 중기청으로부터 직ㆍ간접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힘을 발휘한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중소기업을 위해 쓰여져야할 국민 세금이 중기청 퇴직 공무원의 월급과 품위유지비로 새고 있는 셈이다.
중소업계에서는 이같은 중기청의 무더기 낙하산 투하가 개별 기관의 자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중기청의 각종 지원금을 겨냥한 로비를 조장하고 있다며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기청 출신 공무원들이 마른자리만을 찾기 보다 직접 현장 속으로 들어가 중소기업을 돕는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악화로 중소기업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지는 가운데 전관예우를 통한 자리 보전이 아니라 업계로 나아가 현장에서 뛰어달라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중소업체들은 전문가 부족으로 인력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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