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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중간배당제

상장사 723곳 중 30%만 정관에 포함… 실제 시행 기업 10% 그쳐<br>기업 중요성 인식 부족하고 정책 당국 무관심도 한몫


지난 1998년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던 중간배당제도가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이 배당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책 당국에서도 배당 활성화를 통한 증시 안정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간배당은 회계연도 중간에 배당을 하는 것을 말하며 주주이익 환원뿐만 아니라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해외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이런 이유로 15년 전 관련 제도가 도입될 당시 유관기관들과 상장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냈다. 투자자들의 기대도 커 중간배당 근거를 정관에 추가했다는 소식만으로도 기업들의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제 중간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으며 정책 당국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사실상 실종됐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723곳 중에서 중간배당과 분기배당 근거를 정관에 두고 있는 회사는 222개사(중간배당 217곳, 중간배당과 분기배당 5곳)로 전체의 30.8%에 불과하다. 1998년 상법 개정 이후 2002년에는 전체 유가시장 상장사의 17.5%인 116개사가 중간배당 근거를 마련하고 2008년에는 261개사(37.8%)로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증가했으나 최근 들어 오히려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 더군다나 이 중에서 실제로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중간배당을 공시한 회사는 15곳, 분기배당을 알린 회사는 6곳에 불과하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중간배당 14곳, 분기배당 8곳)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기업들이 실제 중간배당을 실시한 2000년부터 올해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중간배당을 실시한 기업은 포스코ㆍ신흥ㆍ삼성전자ㆍ한국쉘석유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삼성SDI의 경우 정관에 중간배당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으나 2004년을 마지막으로 중간배당을 하지 않고 있으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ㆍLG화학ㆍLG상사ㆍLG전자 등 대기업들은 분기ㆍ중간 배당 근거가 있으나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분기ㆍ중간 배당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대표기업들의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년 순이익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중간배당금은 몇 년째 500원을 유지하고 있어 배당성향이 2011년 1.56%에서 지난해에는 0.98%, 올해는 0.5%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인 14조9,288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한때 올해 중간배당 규모를 10배로 늘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나 결국 예년 수준으로 동결됐다. 반면 경쟁사인 애플은 최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배당금을 확대했다.



배당에 인색하기는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상반기 순이익은 8,1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3% 늘었으나 지난해와 올해 중간배당금이 1,000원으로 같아 배당성향은 지난해 12.1%였으나 올해는 8.7%로 낮아졌다.

윤창보 GS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처럼 국내 상장사들의 인색한 배당과 관련해 "배당만 잘해도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는 올라갈 수 있다"며 "증시 활성화와 장기투자 유치를 위해 상장사들이 배당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저금리 시대에 적당한 투자처를 찾기 힘든 투자가들이 많은데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기업에 투자해서 배당수익이 3%만 나온다면 은행 예금보다 나은 투자가 될 것"이라며 "이익이 나지 않는 기업에 무조건 배당을 하라고 하는 것은 안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충분히 배당을 늘릴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 상장사들의 배당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전환되지 않는 데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책 당국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정책 당국은 1998년 중기배당 관련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2004년에는 분기배당정책도 도입하는 등 당시 국내 증시 안정화를 위해 상장사들의 배당을 적극 장려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유관기관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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