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단지가 마무리되는 곳이 늘면서 상가 분양시장도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가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 거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양을 개시한 잠실 P상가의 경우 1층 분양가가 3.3㎡당 1억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총 점포 수 270개 중 70여개를 일반에 분양하는 이 상가는 당초 일반 분양 물량 전체를 700억원대에 모 업체에 통매각하려다 협상이 결렬돼 조합이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다. 상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상가를 매입하려는 업체가 금융 대출에 어려움을 느껴 포기했다”며 “이 업체는 상가 매입 후 이들 상가를 총 1,200억원대에 팔려고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통매각이 성사되고 분양이 이뤄졌다면 이 업체는 70%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었던 셈이다. 현재 조합 측이 팔고 있는 P상가 일반 물량의 총 규모는 800억원대. 통매각으로 매입하려던 업체가 계획했던 가격보다는 싸지만 700억원대 보다는 10%가량 오른 금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이 700억원대에 넘기려고 한 것은 그 가격 대에서도 충분한 이득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보다 100억원가량 비싸게 파는 것은 마케팅 비용을 감안해도 이윤이 지나치게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P상가의 분양가는 최근 고분양가로 고전하고 있는 잠실 트리지움 상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잠실 트리지움은 1층 분양가가 3.3㎡당 최고 1억5,000만원에 달했지만 최근 분양가를 낮춰 공급하고 있다. P상가의 한 분양 관계자는 “분양 이후 일주일 만에 전체 상가의 25%가량이 계약됐다”며 “조만간 30% 이상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1일 현재 P상가의 청약률은 16% 수준에 불과했다. 2,000만원인 청약금은 계약 의사를 접으면 다시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계약률은 청약률보다 낮은 게 일반적이다. 강남권 상가 가격이 비싼 이유는 우선 땅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 유통자가 늘고 이권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오른 측면도 많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애초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다 보니 분양업자에게 최대 30%까지 할인해줄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곳도 있다. 애초 가격에 10%를 할인해줄 경우 20%, 20%를 할인해줄 경우 10%가 분양업자 몫이 되는 것이다. 판매 수익은 분양업자만 갖는 게 아니라 시행사 측도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30% 할인 재량권을 줬다는 것은 시행사 측이 상가를 판매할 경우 최소한 30% 이상의 수익을 책정했다는 뜻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중간 유통 과정이 많을수록 분양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최근 판교의 경우처럼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대세 몰이식 결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재호기자 j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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