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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인근 30~40㎞ 농지까지 물댈수 있게 수로망 연결 서둘러야

■ 물 쏠림 해결해 가뭄 극복을

"기상이변… 가뭄 일상화 우려… 물의 효율적 분배 방안 절실"

4대강 보 저수용량 풍부해도 물 나눠줄 방안 마땅치않아

관개시설·수로 확충 시급


지난 19일 경기도 여주시 이포보. 심각한 가뭄으로 수위가 크게 낮아진 충주댐에서 76km 아래 위치해 있다. 충주댐의 수위가 댐 건립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한 반면 이포보는 현재 강수위가 28m를 유지하고 있다. 이포보에 가둔 물은 17일부터 가뭄으로 바짝 말라버린 주변 농지에 전달되고 있다.

이포보에서 차량으로 10분가량 떨어진 여주시 금사면 소유리. 이 근방에는 1만㎡가량의 천수답 논바닥이 거북이 등껍질마냥 갈라졌었다. 이틀 동안 대형물차를 통해 물을 공급하면서 현재는 논에 물이 찰랑찰랑 차 있는 상태가 됐다. 이곳 주민인 유지소(82)씨는 "농사를 50년 넘게 지었는데 이렇게 심각한 가뭄은 처음 본다"며 "벼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는데 강천보 물을 공급해줘서 겨우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여주시 대신면 옥촌리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을의 유일한 물 공급처인 옥촌저수지가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인근 고구마밭은 누렇게 말라 있었고 잡초가 여기저기 자라고 있었다. K-water는 17일부터 하루 50대가량의 물차를 동원해 옥촌저수지에 물을 채워놓고 있다. 이곳 이장인 임종회(63)씨는 "이 마을은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을 공급 받을 수 없다"며 "저수지에 물을 채우면서 논농사를 겨우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중부 지방이 심각한 가뭄으로 신음하지만 지난 2011년 4대강 사업으로 완공한 강천보·여주보·이포보에는 비교적 물이 풍부하다. 저수용량을 늘리기 위해 강바닥에 쌓인 퇴적층을 제거하고 물길을 넓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에 연계된 관개수로 설치가 없어 물을 저장하고도 활용할 방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농민들의 신음을 덜어주기 위해 보를 관리하는 K-water에서 15톤급 대형물차를 동원해 지속적으로 저수지와 논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방안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기상 변화로 인해 가뭄이 일상화될 수 있는 만큼 물의 효율적 활용과 분배를 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주댐에는 물이 부족하지만 인근 강천보 등 3개보는 3,000만톤 이상의 물을 저장하고 있어 인근 농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등 지역별 저수량 편차가 심하다.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현재 상황을 보면 한반도 전체가 가뭄에 신음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지역은 가물고 일부는 여유롭다"며 "남는 곳의 물을 부족한 곳으로 옮기는 물의 효율적 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강수계 인근 지역을 살펴보면 물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보의 물을 30~40km 인근 지역까지 연결하는 관개 수로망의 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로 비유하자면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는 갖췄는데 지선도로가 정비되지 않아 정체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1,400만톤 이상의 물을 보유한 이포보도 관개시설이 없어 물을 나눠줄 방안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K-water 관계자는 "보 인근 5km 지역까지는 농민들이 물을 활용할 수 있는데 그 이외 지역은 사실상 보가 있어도 물을 공급 받기 어렵다"며 "관개시설과 수로가 확충되면 인근 천수답과 산악 지역의 마을에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굼뜨다. 국토부는 지난 4월 '4대강 수자원 활용 개선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관개 수로망 확충 등 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수리시설 개선사업 등 기존 사업만 이어나갈 계획이다. 정희규 국토교통부 하천운영과장은 "현재 일부 지역은 댐·보와 연계된 관개 수로가 확충돼 있고 일부 지역은 미비하다"며 "체계적인 수로 확충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체계적 방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변수가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확충 가능한 관개 수로는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음 달 장마가 예정된 중부지방의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처럼 태풍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경우, 내년에도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가뭄이 장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으므로 시급한 대책은 우선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며 "올해 장마를 통해 일시적으로 해갈이 된다고 가뭄 대책을 중단하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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