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10년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당국 수장에 오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최우선 과제로 한국거래소 개편을 천명하자 국회와 국책연구기관·재계에서 코스닥시장 분리나 거래소의 지주사 체제 전환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금융위는 18일 증권업계와 시장전문가 등으로 이달 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거래소 제도 개편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전날 취임 일성으로 "코스피(유가증권시장)·코스닥·코넥스시장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경쟁하면서 발전할 수 있게 거래소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05년 1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선물거래소 3곳이 시장의 효율성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통합 출범한 바 있다.
하지만 통합 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 위주로 운영돼 코스닥이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본래 기능을 상실하고 '2부 리그'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2000년대 초반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을 2년 넘게 하며 벤처 성장과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이끈 임 위원장 눈에는 현재의 거래소 체제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위도 코스닥시장이 업력·외형 위주의 중견기업 중심으로 재편돼 유가증권시장과 별 차이가 없어졌고 본래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지만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당과 국책연구기관은 자본시장 기능 강화를 위해 거래소에서 코스닥과 코스닥 본부 산하의 코넥스를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지낸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코스닥시장은 적자가 나고 매출이 적어도 신기술의 가능성을 보고 상장됐는데 지금은 아니다"라며 "코스닥을 분리·독립시켜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면서 높은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으로 육성해 유가증권시장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창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용역 보고서에서 "코스닥시장의 규제 강화가 벤처기업의 신규 상장을 어렵게 하고 상장유지 비용을 올려 벤처투자자금의 회수 기능을 약화시켜왔다"고 지적한 뒤 "코스닥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거래소와 분리된 독자적인 시장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자현 KDI 연구위원은 "코스닥시장이 거래소와 분리돼 독자적인 시장이 된다면 다양한 금융상품과 자본거래를 시도해 모험자본의 적극적인 투자와 벤처기업을 위한 자본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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