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진출 선언에 안갯속으로 롯데는 기존 2곳 수성에 올인
매출 60% 달해 뺏기면 타격
SK 리뉴얼하며 문단속 나서… 신세계·현대百도 '호시탐탐'
올 연말 만료되는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의 특허 신청 마감일(오는 25일)을 20여 일 앞두고 두산그룹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드는 등 '면세점 유치 대전'이 불붙었다. 지난 7월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의 승리로 끝난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전에 이은 2차 전쟁인 셈이다.
2일 두산은 면세점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동대문 지역 쇼핑 명소인 두산타워(두타)에 면세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두타 쇼핑몰은 그대로 유치한 채 다른 층을 면세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동대문 지역은 관광, 쇼핑, 교통 인프라와 외국인 관광객 선호도 등을 고려할 때 면세점 입지로서 최적의 여건을 갖췄다"면서 "주변 상인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지역발전 기여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검토하면서 사업 전략을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오는 11~12월 특허 기간이 끝나는 서울 3곳과 부산 1곳 면세점에 대해 새로 특허 신청을 받고 있다. 대상은 △워커힐 서울 면세점(SK네트웍스)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 △롯데면세점 서울 월드타워점 △신세계 부산 면세점 등이다. 이중 두산이 노리는 곳은 약세로 꼽히는 워커힐 면세점이다. 워커힐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2,632억원으로 롯데 소공점(1조9,700억원)과 월드타워점(4,800억원)보다 크게 뒤쳐지는 한편 접근성이 떨어져 동대문의 쇼핑·관광 인프라를 앞세울 경우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이번 특허전에서 관건은 메르스 사태 이후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 여부라 워커힐보다는 관광객 집객 효과가 높은 동대문 지역이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의 느닷없는 선언에 따라 기존 면세점을 지키려는 롯데, SK와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도 치열한 유치전을 펼칠 전망이다.
우선 SK네트웍스는 23년 노하우로 워커힐 면세점 수성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올 연말 리뉴얼 작업을 끝내고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데다 카지노 운영 경험으로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신세계그룹은 일단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면세점을 신세계센텀시티로 옮겨 재특허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두산과 함께 '워커힐 탈환'에도 가세할 지에 대해서는 심사숙고 중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정지선 회장이 사적인 자리에서 면세점 포기를 언급했지만 여전히 입찰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 여파로 독점 논란에 휘말린 롯데면세점은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을 지키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총 매출 3조9,500억원 중 두 곳이 2조4,500억원에 달해 이 중 한 곳이라도 빼앗길 경우 회사가 존폐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롯데 측은 "지난 35년간 면세점 사업을 키워온 데다 한국 관광산업에 일조한 노하우는 평가받을 만 하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에르메스, 샤넬 등 하이엔드 명품을 유치할 정도의 면세점은 롯데 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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