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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9월 30일] 보증 엔지니어

대부분의 공기업들은 시장실패기능을 보완하는 한편 사회안전망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현대 경제학 이론들은 모두 자유경쟁시장원리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러나 현실적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러한 이론들을 정책지원 부문에까지 무리하게 적용하려는 시도는 정책실패를 불러올 위험이 크다.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책성과를 극대화하는 일은 난제 중의 난제다. 무엇보다 탁상의 지식과 현장의 정보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사실적 진단을 토대로 검증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특히 고도로 전문화된 금융산업에서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고전적 경영방식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공공 부문이라 할지라도 주먹구구식 의사결정 구조에 의존할 수는 없다. 필자가 취임한 이후 신용보증 공급규모를 결정하는 과정부터 과학적 조사연구를 거치게 했다. 신보의 올해 보증규모 29조원은 단순히 지난해 28조원보다 1조원 늘어난 개념이 아니다. 경제성장, 국내총생산, 기업의 자금수요, 중소기업 여신상황, 정부의 경제정책, 개별 기업의 경영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실증분석 결과를 기초로 결정된 것이다. 창업기업 보증에 대한 지원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린 것도 코딧경제연구소의 계량분석 보고에 주목한 결과다. 35만개 창업 기업의 자료를 관찰한 결과 창업 후 4년이 지나야 자립성장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신용보증은 공학(工學)적 특성을 띠고 있다. 물리학이나 화학 등의 순수 자연과학에서는 최초로 발견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반면 공학에서는 최초의 발명보다는 효율이나 경제성을 제고시키는 노력과 성과를 더 높이 평가한다. 산업혁명을 촉발한 증기기관은 와트가 발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증기기관의 아버지로 불린다. 신용보증의 원조도 한국이 아니다. 19세기 후반 스위스에서 보증조합의 형태로 시작됐다. 유럽과 미국ㆍ일본 등을 거쳐 전세계로 파급되면서 유력한 금융지원 수단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에는 1960년대 초에 도입돼 상대적으로 뒤늦은 편이다. 하지만 외국 기관들의 필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보증규모, 상품의 다양성, 효율과 성과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의 유효한 공공재 역할과 소임을 다하려는 신보의 공학적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아울러 보증정책 결정에 있어서 만큼은 최고경영자(CEO)도 창의적이고 실사구시적인 ‘보증 엔지니어’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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