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명품 매장 판매 수수료를 전면 조사하기로 하자 백화점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기업의 ‘저승자사’인 공정위와 ‘슈퍼 갑’인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20일 공정위의 백화점 명품 매장 판매 수수료 전면조사 선언 이후 백화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명품업체가 ‘슈퍼 갑’인 상황에서 판매수수료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렇다고 공정위의 요청을 외면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들은 특히 최근 국내 중소협력업체들의 판매 수수료 3~5% 인하를 합의한 뒤 해당 업체를 선별하기 위한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 다시 명품 브랜드 수수료 인상에 대한 공정위 방침이 나와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중소 입점업체는 백화점에 30~40% 대의 높은 판매수수료를 지급해왔지만 명품 브랜드들은 일부 지방 매장의 경우 거의 ‘0’에 가까운 낮은 수수료를 적용 받았다. 특히 이들은 백화점 측에 고가의 매장 인테리어비를 전액 부담하라고 강요해 온 것이 현실이다. 백화점들은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지 않고는 사실상 이들을 입점시키기는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이미지 제고, 고객 집객 효과 등 명품 브랜드 입점 하나로 얻는 파급 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에 명품 브랜드를 ‘모셔오는’입장에서 수수료를 올려 달라는 말은 꺼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백화점들의 경우 명품 브랜드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평균 20%를 웃도는데다 명품 브랜드 고객들이 다른 매장을 찾는 것을 감안하면 백화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측은 또 신규 사업에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신세계 인천점의 경우 지난 4월 루이비통을 1층에 입점시킨 뒤 매출이 늘어나출범 10년 만에 백화점 순위 10위에서 5위로 껑충 올랐고 3~4위를 바라보고 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를 빼고는 신규 사업을 논의할 수 없다”면서 “명품 브랜드들이 인구 밀도와 경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도시에는 신규 출점을 꺼리고 있어 백화점이 아쉬운 입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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