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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년 삼나무숲 신령이 깃든듯…

'가고시마현 야쿠시마' 7,200살 최고령 '조몬스기'등<br>2,000여 그루 살아서 꿈틀대는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고향<br>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

▲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배경이 되었던 야쿠시마 최고령 삼나무 '조몬스기'


일본 규슈 가고시마(鹿兒島)현의 남녘 쪽빛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야쿠시마(屋久島). 신이 빚은 태초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울창한 삼나무 숲을 가지고 있다. 수 천년 걸친 장구한 세월동안 뿌리내린 원시림을 품고 있는 것이다. 가고시마는 서울에서 비행기로 1시간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인구180만명의 작은 도시. 고즈넉하면서 단정한 시내 중심부엔 활화산 사쿠라지마가 우뚝 솟아있다. 이 때문에 흰 눈 대신 검은 화산재가 일년 내내 흩날린다. 가고시마 공항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거리엔 지난해 말 한일정상회담이 열려 주목 받은 이부스키(指宿)시가 있다. 이부스키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정도 쾌속선을 타고 달려가면 천연의 원시림이 숨쉬는 야쿠시마에 당도한다. 섬 전체의 90%가 산이라서 '해상의 알프스'라는 별칭답게 최고봉(1,935m)인 미야노우라를 비롯하여 해발1,000m 이상의 여러 산봉우리들의 웅장한 산세가 물결처럼 흐른다. 특히 야쿠스기(屋久杉)라 불리는 천년 이상 된 삼나무가 2,000여 그루에 이르는 장엄한 숲은 지난 93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야쿠스기 숲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라는 대걸작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영화의 줄기는 산업화의 자연 파괴적인 힘에 맞서 태고의 숲을 지키려는 신들의 혈전. 바로 이곳이 영화 속 '신들의 숲'이었다. 무려 7,200세나 된 최고령 삼나무 ‘조몬스기’는 등산으로 왕복 10시간이나 걸리는 내밀한 숲속에 있는데 그곳은 아예 '모노노케 히메의 숲'이란 이름이 붙었다. 계곡 초입서 20여분 올라가면 2,500년 된 니다이스기(二代杉)를 볼 수 있다. 몸통이 잘려나간 뒤 다른 씨가 내려앉아 질긴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삼나무다. 검붉은 밑둥에서 뻗어나온 굵고 긴 뿌리가 서로 엉겨있고 잔뜩 이끼가 낀 거대한 몸통과 줄기는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하다. '모노노케 히메'에서처럼 숲의 작은 정령들이 사뿐히 앉아 해맑은 웃음을 보내줄 것만 같다. 야쿠스기가 이렇게 강인한 생명력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내는 것은 척박한 조건 때문이다. 섬이 화강암이고 태풍이 잦아 아주 느리게 성장하는 대신, 기름기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 잘 썩지 않는다. 하지만 에도시대에 조공으로 쌀 대신 많이 벌채하여 상품가치가 높은 반듯하고 곧은 것들은 다 잘려나가고 지금은 태풍에 의해 줄기, 가지가 구불구불하게 변형된 뭉글뭉글한 것들만 남았다. 또 다른 길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른 해발 1,230m '야쿠스기 랜드'가 나타난다. 기원전부터 살아온 수령 3,000살짜리 기센스기(紀元杉)에 손을 대고 있으면, 유한한 생명체가 오랜 세월 묵묵히 살아내 시간을 초월한 영속의 존재가 된 위대함에 절로 숙연해진다. 야쿠스기에게서 특기할 점은 나무가 자랄수록 속안을 비워내며 단단해지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는 전혀 다른 축이다. 야쿠스기의 정수는 내부의 것을 과감히 버리면서, 끊임없이 정화하며 영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다. 숲에서 내려오는 길엔 이 섬의 인구수만큼 많다는 사슴들이 사람들과 쉬이 친해지며, 자유롭게 거닐고 있다.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 된다’는 야쿠시마 섬의 메시지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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