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지금껏 가장 높은 AA(더블 A) 레벨로 높였다. 더블A 레벨은 국가신용등급의 프리미어리그라고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을 뜻한다. 정부는 등급 상향조정 소식이 나오자마자 "우리의 정책대응 능력을 인정 받았다"며 자신감과 함께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지금은 샴페인을 터뜨릴 시점이 아니라고 경제전문가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낫다지만 실질경기가 수출과 내수 양 측면에서 점점 더 고꾸라질 조짐을 보이는 탓이다.
무디스는 27일 한국의 등급을 지난 2010년 4월 'A2'에서 'A1'로 올린 지 2년4개월 만에 다시 'Aa3'으로 한 단계 높였다. 아울러 등급전망에 대해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은 신용등급에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미 5월 피치가 일본의 등급을 'AA'에서 'A+'로 두 단계 낮추면서 한국과 같아졌고 무디스가 한국 등급을 상향 조정해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의 등급이 일본과 같아졌다.
은성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신용도가 높으나 예외적으로 금전적 의무이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싱글A와 달리 더블A는 금전적 의무 불이행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라며 "한마디로 노는 물이 달라졌다. 리그가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무디스는 한국 신용등급 조정 사유로 ▦양호한 재정건전성 ▦경제활력 및 경쟁력 ▦은행 부문의 대외취약성 감소 ▦북한 문제의 안정적 관리 등을 꼽았다.
하지만 등급이 오르는 화려한 외면과 달리 성장률 하락속도는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소비심리는 7개월 만에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고 수출은 글로벌 위기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정부가 찔끔찔금 내놓는 대책들은 정치권과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경제연구소장은 "당국자들은 이번 상향조정에 절대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며 "가라앉는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총력체제를 서둘러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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