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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성택 처형 이후 접경지역 단둥 가보니…

무역상 장부 수색·야간 경계 강화 … 겉은 평온 속은 살얼음판

기관원 張 관련 비자금 조사에 무역상들 북서 온 전화받으면

소환통보 아닐까 화들짝 놀라

숙청 후폭풍으로 투자심리 싸늘… 경협상징 황금평지대 개점휴업

북중경협의 상징으로 불렸던 황금평경제지대 출입구가 장성택 숙청 이후 굳게 닫혀 있다. 초소의 북한군의 모습이 보인다 . /단둥=김현수특파원

"어서 가시라요. 왜 부릅니까. 일없습니다."

장성택 숙청의 후폭풍일까. 북중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불렸던 랴오닝성 단둥의 황금평경제지대에는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 28일 찾은 황금평경제지대 출입구 안쪽에는 언제 멈췄는지 모를 굴착기 4대만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말을 걸어본 북한 초소 경비병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초소로 사라져 버렸다.

12월 말인데도 압록강은 얼지 않았지만 북중 국경을 맞닿고 있는 랴오닝성 단둥에는 살얼음판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성택 숙청 사태 이후에도 무역상이 출입하고 화물이 들어가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냉랭한 분위기 속에 북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둥 시내는 추운 날씨 탓인지 한가했지만 평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관광객들이 압록강 철교 위를 오가고 화물을 부린 북한 기관차가 압록강을 건너 북한을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밤이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이 최근 중국과 국경 인접지역에 야간순찰을 강화하고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달 25일부터 단둥 인근에서 시작된 중국 인민해방군 동계기동훈련에 대응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 국경경비대가 평상시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됐다.

장성택 처형 후 단둥지역 북한 무역상들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광산·수산업 등 대규모 투자사업은 장성택 숙청 이후 보류 상태다. 장성택 처형 3일 뒤 북한 사회안전보위부 소속 감찰기관원들이 단둥으로 나와 화교 무역상들의 장부를 뒤지는 등 장성택 관련 비자금 조사를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장성택이 주도했던 수산업 등 북중 무역 관련 비리가 숙청의 빌미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짐을 보여주는 셈이다. 한 조선족 사업가는 "장성택의 돈을 숨겼는지 아니면 뒤로 장성택에게 돈을 줬는지 등을 상세히 조사했다"며 "장부를 뒤지고 가져가도 북한과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둥에 거주하는 북한의 무역 일꾼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북중 무역상들이 납품한 돈을 떼일까 전전긍긍이라면 이들은 신변에 직접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이다. 북한 무역상과 거래하는 소식통은 "무역상들이 북한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소환통보일까 싶어 화들짝 놀라는가 하면 꼬투리라도 잡힐까 집에 설치한 위성TV 수신 안테나를 전부 떼버렸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장성택의 방중 이후 본격적인 개발에 합의한 황금평경제지대 사업도 중단된 상태다. 북한은 애초 북중 국경을 형성하는 압록강 하구에 자리한 11만㎢의 황금평에 중국·대만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기업들이 꺼리자 봉제·의류 등의 업종에도 문호를 개방했다. 하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투자심리가 싸늘하게 식으며 중조(북)황금평 관리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 사업가는 "중국은 인접한 단둥 신구 개발을 우선시하고 황금평 개발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장성택이 처형되면서 좋은 핑곗거리가 생겼다"며 "항구가 인접한 나선에는 중국이 관심을 두지만 황금평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북중 중개무역상들이 북한을 포기하지는 못한다. 개발장비에 자금까지 이미 투자가 이뤄진데다 북중 무역의 80% 가까이 이뤄지는 단둥에서 북한을 제외하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중국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한 중국인 무역상은 "내년 하반기면 사업의 80~90%가 회복될 것"이라며 "장성택 처형 후 뒤숭숭한 상황에서 오는 1월 김정은 생일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물량이 북한에 들어갈 것이고 점차 사업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 전문가들도 국경지대의 긴장이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뤄차오 랴오닝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권력의 안정화를 위해 북한은 이른 시일 내에 김정은의 방중을 추진할 것이고 북한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도 무작정 거부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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