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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 스펙보다는 '끼'와 '열정'에 맡겨보자


신경림 시인이 청년시절에 쓴 시 '갈대'에는 삶과 고통, 그리고 가슴속에 담아둔 억울함이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어디선가 조용히 울고 있을 갈대처럼 우리의 딸ㆍ아들, 이웃 청년들이 겨울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유난히도 춥고 길게만 느껴지는 매서운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이 어느새 20일 앞으로 다가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고용률은 23.1%로 OECD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29위였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실업률이 훨씬 높은 미국이나 일본의 청년고용률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다.

취업난에 내몰린 많은 청년들이 '스펙(specification)'의 빈칸을 채워 넣기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닌다. 남다른 차별요소로 지구촌 구석까지도 찾아간다. 비용도 만만찮다. 지켜보는 부모들도 괴롭다.

필자는 지난해 말 스카이라이프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스펙을 가능하면 무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인사팀에 주문했다. 스펙보다는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무엇인가를 악착같이 이뤄낼 '끼'와 '열정'이른바 '전문가(specialist)'로서의 잠재력이 있는 지원자를 합격자로 선별해달라고 했다. 100대1이 넘는 경쟁을 통해 선발된 신입사원들에 대한 필자의 실험이 비록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짜맞추고 기계적으로 판에 찍은 듯한 의도적이고 복제된 스펙들을 던져버린 데 대한 미련은 없다.

가수 싸이는 화려한 스펙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꽃미남과 다소 거리가 있는 외모에 음대를 중퇴한 학력이 전부다. 다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도전적인 기질, 끈질긴 근성이 각자의 분야에서 피나게 노력해온 동료들과 어우러져 마침내 일생일대의 싸이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회사나 기업의 업무현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출발선상에 선 청년들의 스펙이 아무리 뛰어난들 현장 실무자들의 노련한 경험과 사물을 대하는 익숙한 솜씨를 뛰어넘기는 힘들다. 물론 강의실이나 학교 연구실에서 혹은 다양한 서적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익힌 지식을 부정하거나 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스펙을 쌓기 위해 남다른 학벌을 갖기 위해 우리 청년들이 기울인 노력도 물론 헛된 것이 아니다. 다만 스펙으로 취업이 해결되고 스펙으로 직장인으로서의 모든 준비가 다 돼 있고 스펙으로 스스로가 일류 인재인듯한 착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스펙을 그리 중시하지 않는다. 경험상 실무를 시켜보면 석박사 학위가 업무 성과에 있어서는 크게 효용이 없었다는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오히려 우리가 주시해야 하는 것은 젊음의 가능성이다. 스펙보다는 현장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의 혁신적 시각과 '끼'와 '열정' '아이디어'를 결합하면 놀라운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필자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통해 직접 경험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없는 일을 일방적으로 시킬 때보다는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고 보상을 약속하고 맘껏 해보라고 했을 때 효과가 훨씬 컸다는 개인적 경험도 무시할 수 없다.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얘기한 '학벌과 스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질과 잠재력, 열정 등 직무에 필요한 것을 갖추면 취업이 돼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제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 말씀을 보태고 싶다.

"정부와 공공기관부터 석사ㆍ박사 학위 소지자 우대조항을 없애는 것은 어떨까요? 인생 마라톤의 출발선상에 선 청년들의 스펙을 가리면 선입견을 갖지 않게 됩니다. 새로운 눈으로 젊음의 가능성 하나를 보고 맘껏 뛰어보게 함이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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