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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7월 9일] 골목 상권과 상생

박현욱(생활산업부 차장)

최근 ‘골목 상권’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법적 형평성과 소비자선택권을 들어 신규출점에 대한 규제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동네가게 주인들은 대형업체들이 골목까지 진출하면 모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대기업을 성토하고 있다. 양측 평행선의 접점 찾기가 어려워질수록 정부역할에 대한 기대만 커진다. 하지만 영세상인을 살리기 위해 구상하고 있는 정책들이 기존에 시행 중인 중소기업 보호제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상생방안’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보자는 취지의 ‘사전조정협의회’는 사실상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만약 사전조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회’로 넘어가는데 이 또한 대기업이 점포진출에 장기간 족쇄를 채우는 심의결과를 그대로 수용할지도 의문이다. 이 상황에서 점포출점에 목매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은 법정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해결하면 승자나 패자나 모두 상처를 입는다. 그동안 대형마트와 지자체 간 법정공방에서 보듯이 한쪽에서는 지자체와 중소상인들 주도로 조례를 만들어 출점을 막는 성벽을 높게 쌓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형유통사들이 소송을 무기로 성벽을 깨는 동안 양측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여기에 최근 각종 규제 입법안들이 쏟아져 나오자 일부 대형유통업체들이 법이 제정되기 전에 서둘러 점포를 깔아놓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중기청의 한 기업협력 담당자는 “사실 대형유통사에도 허가제를 도입하는 법안들이 통과되면 사전조정 자체가 무의미하지 않겠느냐”며 스스로 제도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를 위한 기존 사업조정제도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독 유통시장에 적용될 때는‘상생’은 없고 ‘상잔(相殘)’만이 남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대형유통업체에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영세상인들에게는 자체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묘안을 짜는데 집중해야 한다. 진정 상생의 길을 만들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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