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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해외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관료들에게서 입버릇처럼 나오는 푸념이 바로 '금융의 삼성전자는 언제 나오냐'는 말이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규제산업인 은행업의 특성상 금융의 삼성전자는 나올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2금융권의 맏형 격인 보험사는 어떨까. 보험사들도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는 은행이 아닌 보험에서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긴 호흡으로 두드려라=삼성화재는 지난 1995년 중국시장에 사무소를 내고 10년 뒤인 2005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또 다른 10년 뒤인 2015년 삼성화재의 중국 내 입지는 어떨까. 삼성화재 중국법인은 지난해 1,48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연평균 성장률만 28%에 달한다.
홍승표 중국법인장은 "중국은 국영 3대 보험사가 시장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어 나머지 보험사들이 남은 몇 %의 시장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이라며 "수년 안에 중국 내 점유율을 1%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중국의 온라인 보험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라고 판단하고 온라인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단 중국 시장은 현재 텔레마케팅(TM)을 통한 판매 채널과 온라인을 통한 판매 채널의 가격을 차별하지 못하게 해놓았다. 상대적으로 온라인 영업 노하우가 부족한 중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중국 법인 관계자는 "온라인 시장의 규제가 풀리길 기다리면서 현재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외국계 보험사를 선호하는 상류층을 주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는 대여섯명의 파견 직원을 제외한 대부분을 중국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등 현지화 부분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식이 통한다=베트남에서는 한화생명이 돋보인다. 2009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오는 2020년까지 현지 보험사 상위 5위안에 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직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지만 초기 진입비용이 많이 드는 보험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이 또한 수년 내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인장과 본사 파견 직원 2명을 제외한 230여명의 직원이 모두 현지인으로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관계자는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과 달리 한국의 회식 문화와 잦은 대면접촉 등이 주력 판매 채널인 보험설계사들의 마음을 사고 있다"며 "보험설계사들의 이직이 잦은 상황에서 한화 특유의 '의리' 문화가 베트남 현지에서 먹히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해외에 진출한 보험사들이 가진 강점으로 '강력한 오너십'을 꼽는다.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 해외 진출은 채널 확보 등에 따른 비용을 감안하면 10년을 넘는 장기투자가 필수"라며 "수십년을 내다보고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3년 주기로 행장이 바뀌는 은행들은 넘볼 수 없는 보험사가 가진 강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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