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R&D는 특히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2~3차 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1차 산업인 농업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기업들이 대부분 수출을 염두에 두고 첨단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시작되는 기상이변과 이에 따른 식량자원의 위기를 자국의 현실을 통해 일찌감치 간파했기 때문이다.
세계 수자원 기술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글로벌 회사 네타핌의 경우 점적관수뿐 아니라 그린하우스와 IOD(Irrigation on demand) 기술 등을 개발해 물 부족 문제를 겪는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IOD는 작물 뿌리에 센서를 부착해 언제 얼만큼 물과 비료 등을 공급할지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자동 시스템이다. 네타핌의 IOD에는 각 작물의 알고리즘이 저장돼 있어 작물별 특성에 따라 적당량의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
'골든 시드'로 불리는 육종(종자의 유전적 품종 개량) 기술 부문에서는 카이마라는 회사가 최근 중국 정부와 대형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회사는 2006년에 창업했으며 차세대 종자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농업 벤처회사다. 회사 이름은 히브리어로 '지속 가능성'을 뜻하는데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식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증식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토마토 종자만 1,200개를 보유한 이 회사는 한국에도 종자를 수출한다. 조아르 벤네르 카이마 부사장은 "모든 생명체는 정상적으로 두 쌍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증가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위험이 많은 유전자변형(GMO) 식품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특히 세계 3대 곡물(밀ㆍ쌀ㆍ옥수수) 종자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조만간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정부와 개량된 밀 종자 수출과 관련한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한국에도 수차례 방문한 벤네르 부사장은 "한국의 육종 기술력도 높은 편이지만 한국에서 재배하는 품목만 연구한다는 한계가 있다"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세계적인 품목을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작물을 수정시키는 기술 부문에서는 바이오비라는 농업용 곤충 활용 회사의 기술력이 앞서 있다. 현재 전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의 71%가 꿀벌을 통한 수정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회사는 꿀벌 대신 호박벌을 활용하는 독특한 작물 수정 시스템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
아르논 알루위 바이오비 담당자는 "호박벌은 꿀벌과 비교할 때 추운 날씨에도 일을 하고 한꺼번에 도망치는 일도 거의 없다"며 "이스라엘 토마토 재배농가의 경우 이 기술로 생산성이 25%가량 향상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