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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신평사 입김 더 세진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무디스ㆍ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ㆍ피치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의 국내 입지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무디스는 합작투자를 통해 한국신용평가의 최대주주가 됐고 피치는 한국기업평가에 자본을 출자해 2대 주주 지위에 올랐다. 또 한국신용정보와 서울신용평가정보는 각각 일본의 2대 신평사인 R&I(일본격부투자정보센터)ㆍJCR(Japan Credit Rating Agency)와 업무제휴를 맺는 등 외국사들이 모두 국내회사와 지분참여 및 제휴관계를 맺고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무보증채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 때는 신용평가사의 입지는 취약하기만 했다. 그러나 대우그룹 부도ㆍ투신권의 부실확산 등으로 큰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신용평가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고 국내 신평사들도 서둘러 세계적인 평가기관들과 제휴관계를 맺어 평가기법과 평가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의 국내 영향력이 계속 커지고 있다. ◇세계 3대 신평사, 전세계시장 95% 점유=세계 신용평가 시장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S&P가 41.4%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무디스가 37.9%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피치는 14.4%로 약간 뒤쳐져 있지만 3개사의 시장점유율은 93.7%나 된다. 세계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무디스와 S&P는 주요국가의 공인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면서 평가 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쳐 백화점식 글로벌 평가사업을 전개하는 등 영향력을 강화시켜가고 있다. 피치는 2000년에 DCRㆍTBW를 흡수하는 등 시장내 입지강화에 주력하고 있어 당분간 세계시장은 2강1중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변신=무디스가 1909년 채권신용평가업무를 개시한데 반해 국내 평가시장은 지난 85년 한국신용평가, 87년 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역사적인 기반이 매우 미약하다. 외환위기와 함께 사실상 신용평가시장이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디스는 지난 98년 8월 한신평과 제휴를 맺은 후 2001년 12월 한신평의 최대주주가 됐고 피치는 99년 1월 한기평과 제휴를 맺은 후 지분출자를 통해 2대 주주가 됐다. 한신정과 서신정도 각각 2000년 4월과 8월 일본의 R&IㆍJCR과 제휴를 맺었다. 일본도 지난 85년 신용평가제도가 도입된 후 98년 R&I와 JCR의 양강 구도에 무디스와 S&P 등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국사 진출의 명과 암=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으로 급강등시켜 `저승사자`라는 악명까지 얻었던 무디스가 국내 주요 신평사인 한신평의 공동 최대주주가 된다는 발표는 큰 충격이었다. `신용도`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워 국가는 물론 기업까지 쥐고 흔들게 됐다는 우려감이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해 무디스는 한신평의 등급정책에 관한 독립성을 약속했다. 한신평도 무디스의 출자가 ▲각종 세계시장의 산업분석 자료 제공 ▲직원들의 대대적인 연수를 통한 평가기법의 전달 ▲공동리서치 ▲신규상품 개발 ▲신용등급 배분 채널의 다양화 등으로 이어져 한신평의 등급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 세계적인 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데 있어 우리의 실정을 보다 정확하게 알고 평가할 수 있는 이점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무디스 등 3대 평가사는 신용권력을 앞세우며 기업이나 국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저승사자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또 투자자와 감독당국이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이들의 평가등급을 맹신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스스로 강조하는 말처럼 금융ㆍ자본시장의 파수꾼인지, 아니면 신용등급 평가라는 무기를 갖고 권력을 휘두르는 새로운 감독기관 역할을 하고 있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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