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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I-월드] 게놈지도와 허준의 인간승리
입력2000-06-29 00:00:00
수정
2000.06.29 00:00:00
[김재원의 I-월드] 게놈지도와 허준의 인간승리인간의 유전자를 규명하는 게놈지도를 99% 해독했다는 발표가 있던 날(6월 27일), MBC의 인기드라마 「허준」은 끝났다.
암이나 에이즈 등 모든 불치병도 완치되고, 20~30년안에 인간의 수명은 2배쯤 연장돼 잘하면 150살까지는 살게 되리라는 전망을 낳는 게놈지도는 장차 우리들 인생의 지도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세계 증권시장에서 생명공학 주가가 치솟고 국내 벤처업계에도 IT(정보기술)붐에 못잖은 바이오붐이 일 것 같다. 한국인 특유의 유전세포를 규명하려는 연구가 상당한 단계에 왔음을 언론이 보도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세상을 바꿔놓는 신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희망하는 모든 것을 이루게 할 것처럼 보인다. 1년6개월 주기로 성능이 2배 이상 향상된 반도체 칩을 같은 값에 살 수 있으며, 네트워크의 유용성은 이제 그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할만큼 증폭된다. 광섬유의 성능은 12개월마다 3배 증가한다는 겉잡을 수 없는 발전속도 속에 우리는 깊이 들어와 있다.
현대기술은 커뮤니케이션의 속도를 1,000만배, 컴퓨터 작동 속도를 100만배, 여행의 속도를 100배, 에너지 자원을 1,000배의 비율로 늘렸다는 변화 이론들을 증명하고 있다.
과학의 힘을 빌지 않고, 아니 과학이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던 시대에 오직 오감(五感)만으로 질병을 치료하며 정의롭게 살았던 허준의 생애는 어떤 과학적 승리보다 감동적이다.
허준의 인간승리, 의술의 승리는 젊어서부터 이루어진 쉼없는 학습과 사망한 스승의 배를 갈라 위암을 연구하려던 끝없는 탐구정신과 도전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매우 디지털하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비인간적으로 넘치지 않는 동양적 겸허가 그를 지탱한다. 임금과 왕실의 주치의면서도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명예나 벼슬을 의술 밑으로 보고 살았던 조선왕조의 전형적인 선비였고 근성이 강하고 프로페셔널한 의학박사였다.
만약 허준이 21세기에 살 수 있었다면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폐업에 참여했을까. 아니면 특유의 고집으로 병원문을 열고 버텼을까. 그가 21세기 한국인이라면 생명공학의 잘 나가는 벤처 회사 사장이나, 대그룹이 전액 투자한 게놈연구소의 소장쯤 되었을까. 아니면 일찌감치 미국에 스카웃되어 시민권에 영주권까지 받은 귀화한 미국인이 되었을까.
서양의학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데 우리는 왜 허준을 그리워하는 걸까.
(코리아뉴스커뮤니케이션대표)입력시간 2000/06/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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