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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철도 사업비 6조서 20조로 ‘껑충’

대형 국책사업이 밑 빠진 독처럼 국가예산을 낭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잘못된 정책판단도 그렇지만 지역 및 집단이기주의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ㆍ낭비를 없애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운 정책일관성의 확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특정지역 또는 집단의 이해가 국책사업의 몸통을 흔들고 재정부담을 늘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둘째는 계획에서 사후평가에 이르기까지 국책사업의 전반적인 체제를 다시 짜는 일이다. 이런 노력들이 전제되지 않는 한 졸속행정→무리한 시공→민원발생 및 갈등유발→계획 및 설계변경→예산 초과투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동인가, 무기력증인가=최대 10조원의 국가재정이 더 들어갈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책사업의 변경이 잘못인지, 애초 계획이 잘못인지에 대한 논의도 찾아보기 힘들다. 사업내용이 바뀔 때마다 돈이 얼마나 더 들어가는지에 대한 검토나 반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급기야 기획예산처가 나섰다. 사업내용이 변경돼 예산이 더 들어가는 경우에 치러지는 예산처의 총사업비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진행 중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부처가 능동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재검토 등의 방향을 정해버렸기 때문이다. 국책사업과 관련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대통령이 개입하는 바람에 정부부처가 할 일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속철도 구간의 변경이나 북한산 관통도로, 새만금사업 재검토 등을 놓고 이전 정권의 공무원들이 적극적인 반대논리를 펼치던 것과는 반대의 현상이다. 한 공무원은 “조직과 인원이 늘어난 청와대가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는 탓에 부처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무기력증을 느끼는 경우도 적지않다”고 토로했다. 토론문화가 중시되는 환경에서 오히려 꼼작하지 않고 시키는 일만 하는 복지부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형사업 예산 줄줄이 샌다=국가재정이 산더미처럼 들어가야 할 대형사업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당초 6조원의 건설비와 공기 6년이면 마칠 수 있다던 경부고속철도사업은 지역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노선과 설계가 변경돼 총공사비 20조원을 앞두고 있다. 더욱이 부산 금정산과 천성산 터널공사가 백지화되고 지역간 갈등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울산~경주 노선이 바뀔 경우 4조~6조원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7년 이상 공기가 지연된다는 분석도 있다. 들여온 지 3년이 넘도록 시험구간에서 대기 중인 TGV형 고속철이 완공시점에 가서는 구형모델로 전락해 부품조달이 제대로 될지도 걱정거리다. 서울외곽순환도로의 마지막 구간인 북한산 관통도로의 경우 민자로 건설 중이지만 공기가 지연돼 예상수익을 밑돌 경우 정부가 그 손해액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정부는 `아직까지 정확한 집계가 안됐다`며 국책사업 변경에 대한 피해액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으나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주요 사업의 추가부담액이 약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시스템 전면개편 필요=지난 90년대 이후 시작한 주요 국책사업이 하나같이 문제를 안고 있다. 사업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통치자의 말 한마디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지역주민, 환경ㆍ종교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런데도 공무원들은 `일단 벌이고 보자`는 과거의 관행에 젖어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의 박현 부소장은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가 많아질수록 경비는 더 들어간다”며 “사전 타당성 조사를 강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투명성을 강조한다. `어떤 시설을 언제까지 얼마나 들여서 완성할지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중간 및 사후평가가 돈을 내주는 국민들에게 철저히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기존 사업은 물론 청계천 복원, 행정수도 건설 등도 치밀한 준비 없이 발표만 따라가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며 “부실과 부조리ㆍ부실공사라는 3불(不)이 얽힌 국책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준비는 오래, 시공은 짧게`라는 원칙과 책임행정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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