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하고 거침없는 문학적 표현과 주제의식으로 주목 받아온 소설가 장정일이 5년간의 칩거생활을 끝내고 100만명의 독자들을 가진 ‘삼국지’에 도전장을 던졌다. ‘장정일 삼국지’(김영사 펴냄)는 유교이념과 중화주의로 점철된 기존의 삼국지와 달리 새로운 판도변화를 예고한다. 작가는 “600년 전 나관중 필본이 아닌 시대에 맞는 자신의 삼국지 필본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의의”라며 “춘추사관을 벗어나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재 해석하고 소설적인 요소를 더 강화했다”고 말했다. 장정일의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보다는 ‘역사적 교훈’ 추출에 관심을 두고 있다. 또 인물에 대한 해석도 다시 해 텍스트의 다양한 가능성을 개봉했다. 그는 “국내 독자들이 유비는 항상 ‘충의지사’, 조조는 ‘악의 화신’으로 정해놓고 읽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유비 삼형제 중심의 이야기 전개가 아닌 당시의 전투에 대한 해석을 통해 말썽 많은 오늘날의 동아시아 역사에 대한 해석을 얻으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작품은 또 여성 독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당대의 여성 인물들도 살려내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전은 남녀노소 모두가 읽을 수 있어야 하지만 삼국지는 여성독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원래부터 여성들의 독서취향이 말랑말랑하거나 낭만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삼국지가 군담역사소설이지만 당시 여성들도 상당히 복원시켜 여성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나올 삼국지에 대해 그는 “삼국지는 많은 주제와 내용을 다루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책”이라며 “삼국지는 위ㆍ촉ㆍ오 세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수한 변방들이 권력을 차지하기위한 군담소설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다루는 역사소설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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