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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5월 31일] 서민금융 활성화의 조건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대부업체 6,850개사가 167만4,437명에게 5조9,114억원을 빌려주고 3,107억원의 순이익을 벌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는 호황이다. 평균금리는 신용대출이 연 41.2%, 담보대출이 19.5%로 지난해보다 전반적으로 올랐다. 지난해 경제가 어려운데도 대부업체들이 호황을 누렸다는 말은 서민은 고금리에 허덕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서민금융을 소홀히 하면서 대부업체에 대출 수요가 몰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출범한 미소(美少)금융은 우려했던 대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을 위해 재계 및 금융기관들에 앞으로 10년 동안 2조원의 기금을 출연하도록 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이용이 어려운 서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활을 지원한다는 취지다. 또한 제도권 금융의 사각지대를 보완해 서민ㆍ영세자영업자 등의 고금리 부담도 경감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수만명이 전국의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했으나 실제 대출을 받은 경우는 3%도 안 된다. 까다로운 대출심사도 원인이었지만 신용등급이 높거나 부채가 과다해 자격요건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 같은 '미소금융'의 실패를 보완하고 서민금융회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최근 또다시 서민금융 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저축은행과 농ㆍ수협 및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회사를 활용한 새로운 보증부 대출방식으로 저신용자 200만명에게 5년간 10조원을 대출한다는 것이다. 재원은 정부와 지자체가 1조원, 서민금융회사가 1조원 등 2조원을 지역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하고 이 재단이 5배까지 보증해 최대 10조원까지 대출해주겠다는 것이다. 대출금리는 연 20%선에서 상한선을 설정하기로 했다. 현재 연 49%인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도 39%로 낮추기로 했다. 금융위는 등록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규모가 4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10%포인트 금리 인하로 연간 4000억원의 금리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소금융과 마찬가지로 서민금융 활성화대책도 기본적으로 두 가지 문제에 부딪힌다. 우선 지금조달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재순환돼야 한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선의의 기부금이나 강제적인 출연금으로 조성한 자금을 서민들에게 '퍼주기 식으로' 나눠줄 수는 없다. 실제로 몇 년 전 서민금융기관들이 빌려준 소액신용대출이 대부분 부실화돼 금융대란을 겪었던 사례가 있다. 당시에도 정부가 서민을 위해 금융기관들의 소액신용대출을 적극 장려했던 것이다. 정부는 금융기관을 독려해 부실대출을 양산하기보다 정부지원을 필요로 하는 서민을 선별해서 재정지원해야 한다. 서민금융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차입자의 신용 상태나 돈을 갚을 의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소액신용 대출이 정부가 선심 쓰기 위한 시혜성 자금이나 사회복지비처럼 인식돼서는 안 된다. 미소금융이나 보증부 대출이 진정 아름다운 소액 금융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실화되지 않고 진정한 서민금융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철저한 현장조사를 통해 돈을 갚을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위험관리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를 처음 시작한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은 이런 방법으로 98%가 넘는 높은 대출회수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저축은행의 대출회수율은 85%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국내에서 대부업체들은 호황을 누렸으나 서민금융은 부진했던 점을 고려하면 서민금융도 상업적인 금융으로 발달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서민들에게 자금을 무작정 퍼주는 것이 서민금융은 아니다. 서민금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린 서민들이 자발적으로 갚도록 해서 보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민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본래의 취지는 사라지고 서민금융은 언제나 부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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