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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관광

서울시가 개발한 희한한 관광 프로그램이 시민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복개된 청계천의 어둠 속을 구경하는 '청계천 관광'이 그것이다. 지난 8월13일 시작된 이 관광은 당초 주 1회 100여명씩 10월 말까지 운영하기로 했으나 신청자가 쇄도하면서 주 2회로 확대된 데 이어 기간도 연말까지 연장할 예정이다. 내년부터는 현장에 상설홍보관을 운영, 누구든 원하면 참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참관자가 지난주로 2,200명에 이르고 이달 말까지 예약된 인원이 600여명이다. 어둠의 청계천이 주는 경이 청계천 관광은 청계천 복원사업의 하나로 시작됐다. 시민들에게 청계천의 실상을 보여주는 게 사업추진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참관자를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83.2%가 청계천 복원에 찬성하고 있다니 판단은 적중한 셈이다. 청계천 관광은 2가의 청계 복개도로 아래에서 1가의 광교 방향과 3가의 수표교 방향으로 1.3㎞를 왕복한 다음, 청계6가에서 7가 방향으로 700㎙를 왕복하는 코스다. 사람들은 왜 더럽고, 냄새 나고, 숨막힐 것 같은 어둠의 시궁창 속으로 찾아가는 것일까. 옛 청계천의 추억을 더듬는 노년층이 있는가 하면, 생태변화를 연구하려는 대학생도 있지만 그들이 하나같이 청계천에서 찾아내는 것은 놀라움이다. 조선조 태종 때 세워진 광교를 아스팔트를 뒤집어씌워 복개공사의 골재로 삼았다는 몽매한 행정이 놀랍고, 광교 양쪽 호안 석축에 돋을새김된 구름무늬와 당초무늬ㆍ신장상(神將像) 등이 어둠과 더러움 속에서도 선명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음은 놀라움이라고 하기보다 차라리 언제까지 이렇게 놓아둘 거냐는 준열한 역사의 꾸짖음 같아 섬뜩했다. 홍수 때면 청계3가의 수표교가 있던 자리까지 숭어가 올라온다는 설명도 놀랍거니와, 암흑 속에서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경이다. 덮개 위로 빠끔히 뚫린 구멍을 통해 한줄기 햇볕이 어둠을 뚫고 내려와 강바닥의 수박씨 위에 떨어지자 씨는 움을 틔웠다. 어린 싹이 빛을 갈구하며 솟아오르는 모습은 장엄한 생명의 드라마다. 그 새싹의 힘이 청계천의 덮개를 뚫으려 하고 있다. 서울의 땅 속이 사막화돼 있음을 알게 되는 것도 놀라움이다. 청계천은 양쪽 가에 나 있는 콘크리트 도랑으로 하수가 흐를 뿐 가운데 부분은 1년 내내 건천(乾川)이다. 홍수 때 잠간 물이 차지만 범람이 그치면 이내 건천으로 돌아간다. 메마른 서울의 지하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지상은 아스팔트로 덮이고 건물이 들어차 빗물이 스며들 틈이 없다. 빗물은 청계천을 따라 한강으로 설사하듯 쏟아져 들어간다. 그런데도 웬만한 건물에서는 모조리 지하수를 뽑아 쓴다. 청계천에 물이 흐르게 하는 것은 도심의 땅 속을 촉촉이 적시는 일이다. 청계천7가의 복개상판을 떠받치고 있는 교각의 콘크리트가 부식돼 철골이 드러난 모습도 아찔하다. 불과 20여년 전에 세워진 7가의 교각들이 50년 가까이 된 광교 일대의 교각보다 부실하다니 어둠 속 공사였다지만 너무 한심하다. 서울의 수도기능이 커지면서 청계천 복개의 필요성도 커졌다. 일제시대부터 구상됐으나 1958년에 1차 공사가 시작돼 1978년 3차 공사가 완료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개발연대를 상징하는 사업이었고, 서울의 성장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미래적 시각으로 선택해야 삶의 질이 중시되는 시대를 맞아 청계천은 이제까지와는 정반대의 기능을 요구받고 있다. 청계천의 덮개를 걷어내는 일은 생명의 원소인 햇빛과 바람과 물을 불어넣는 일이다. 서울 같은 과밀도시에다 생명의 공간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너무 커서 계량하기 힘든 효과와 즉각적으로 계량 가능한 비용의 문제다. 현실의 불편을 감내할 각오가 있어야 미래의 행복이 향유된다. 논설위원기자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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