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7월 1일] 속타는 쌍용차 협력사들

경남 창원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이모 사장은 최근 틈만 나면 회사일을 제쳐놓고 평택으로 올라오곤 한다. 그는 모기업인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찾아 밀린 납품대금이라도 받을까 싶어 수소문해보지만 늘상 회사 안에는 들어가 보지도 못한 채 굳게 닫힌 정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곤 한다. 이 사장은 지난해말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여파로 일감이 줄어들자 3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휴직을 통보했다. 당시만 해도 한두달만 참으면 다시 부르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약속했지만 그는 6개월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공장 점거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요즘 말그대로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쌍용차 법정관리 신청 이후 납품대금 3,000억원 가량이 묶여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1차 협력업체들 250여곳 중 대부분이 무급휴직 상태로 공장가동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협력사 근로자들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로 뛰고 있는가 하면 부인들마저 식당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쌍용차협동회는 30일 법정관리인과 면담을 갖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채 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병훈 네오텍 대표는 “이달 말까지 쌍용차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협력업체들이 공멸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을 얘기했다”면서 “쌍용차 노조의 공장 점거사태에 가려져 정부나 언론이 협력업체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협력사들은 지난 2월에도 정부 측과 은행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형평성 논란’ 등을 이유로 거절 당한 상황이라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몰려있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쌍용차 사태의 장기화를 촉발하고 있는 쌍용차 노조에 대해서도 가시돋힌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협력업체인 Y사의 한 관계자는 “협력업체들은 연초부터 30~50%의 인력조정 및 임금 자진 반납 등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왔다”며 “연봉 4,000만~5,000만원씩 받는 귀족 노조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고통분담을 외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쌍용차 노사는 모두 ‘함께 살자’를 외치면서도 주판알만 굴리며 타협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0만명의 협력업체 종사자들이 사지로 내몰리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