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결혼을 앞둔 김모(34)씨는 직장이 있는 여의도와 가까운 마포에 2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다 포기했다. 중개업소에 나온 전세물량도 거의 없는데다 최근 들어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아예 1억원 정도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버릴까 고민도 했지만 아파트값은 더 떨어질 것 같고, 소형 아파트는 나중에 가격 상승에도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에서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가 강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집을 사는 시점을 미루고 기존의 전세를 연장하는 사람이 늘어 전세물량이 나오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강북도 전세 값 오른다=김씨가 전세를 구하는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는 현재 전세물량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 공덕동 삼성래미안2차 24평형 전셋값은 1억7,000만~1억8,000만원 수준. 하지만 전세매물이 없다. 인근 중개업소 마포부동산플러스 관계자는“현재 전 평형에서 33평형 저층 1~2개를 빼곤 전세물량이 아예 없다”며“24평형도 지난해 겨울까지 1억4,000만~5,000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2년 전 입주시점의 전세가인 1억7,000만~1억8,000만원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인근 대흥동 태영아파트도 1억5,000만원에 25평형 전세물량이 1개 나왔는데 이미 중개업소 두 곳에서 관심을 보여 계약이 곧 체결될 분위기다. 이 일대 전셋값은 갈수록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흥동 청암공인의 이병두 사장은 “최근 20, 30평 대는 물론 40평형대도 똑같이 전세물량이 귀하다”라며 “수요가 꾸준한 반면 물량은 없어 전세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 전셋값도 오름세가 뚜렷하다. 전세를 구하는 문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전세물량이 워낙 없다. 상계동 두산아파트 32평형의 전세가는 한 달 사이 1억1,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올랐다. 우성공인 관계자는 “전세 사는 사람이 융자를 내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현재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고 기존의 전세를 연장하고 있다”며 “1달 전부터 전 평형대의 전세물량이 없어졌으며, 우리가 중개하는 지하철7호선 수락산역 주변에서는 우림, 조흥한신의 1층과 탑층을 제외하고는 전세물량이 아예 없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집값 상승 압박할 것=‘8ㆍ31대책 발표 이후 강남, 분당 뿐 아니라 강북지역까지 전세시장이 술렁거리면서 전세가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도 전셋값 강세가 강남권 일부 지역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비강남권에도 전세수요가 몰리면서 전셋값이 오름세로 돌아서자 전세가 상승세가 매매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정부는 최근 전셋값 상승에 대해 국지적 현상이며, 이사철 등 계절적 요인이 크고, 10월 이후 안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남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17년간 중개업을 해온 경험에 의하면 지금까지 전셋값이 오르면 집값이 반드시 올랐다”며 “최근 이 일대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하는 것을 보면 내년 상반기께 집값이 오를 것이 분명하다” 고 장담했다. 마포 대흥동의 한 중개업자는 “전셋값이 오르면 이에 따른 반등으로 매매가가 따라 오를 수 밖에 없다”며 “최근 전세를 구하는 수요 층은 두터운 반면 아파트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수요층은 늘고 있어 시장에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때까지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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