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외제車 홍보경연장?

TV 드라마에 외제차종이 지나치게 빈번히 등장, 드라마가 외제차의 홍보 경연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7월 1일부터 25일까지 방송된 지상파 3사의 드라마 11편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최근 발표하고 대상 드라마 전부에 외제차가 등장했으며 전체 등장 횟수 122회에 차종도 17종에 달해 `외제차 백화점`을 방불케 했다고 분석했다. 방송사별로는 SBS가 전체 122회 중 52회로 최다였고 MBC 47회, KBS가 23회 순으로 나타났다.

모니터링이 된 드라마는 `노란손수건` `여름향기` `보디가드`(이상 KBS) `백조의 호수` `옥탑방 고양이` `남자의 향기` `앞집여자`(이상 MBC) `연인` `선녀와 사기꾼` `백수탈출` `스크린` (이상 SBS) 등 11편이었다.

보고서는 우선 각종 드라마에서 외제차가 등장인물의 경제적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공한 기업인이나 그들의 자녀는 으레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어 외제차가 `부의 상징`이라는 고정관념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

또한 소유자의 성별에 따라 극중 성격묘사가 달라지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외제차를 타는 대부분의 남성은 헌신적이고 긍정적인 역할로 묘사된 반면 여성 캐릭터들은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부정적 역할로 등장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한편 보고서는 외제차의 가장 큰 문제가 간접광고라고 지적했다. 현행 방송위원회 규정은 `특정한 상품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협찬고지와 관련해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하는 것` 등을 금하고 있으나 이 규정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TV드라마에 등장하는 외제차 방송 현황만 놓고 보더라도 간접광고는 방송위원회의 규정이 민망할 정도”라면서 “외제차를 비롯해 무분별하게 남발되고 있는 간접광고에 대해 방송제작자들의 각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