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대부업체들이 지난해 납입자본금의 두배에 해당하는 순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100원을 투자해서 200원을 순수하게 벌어들였다는 얘기다. 또 일부 기업의 최대주주나 대표들이 회삿돈을 대부업체에 빌려주고 월 2~5%의 고리로 뒷돈을 챙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실적을 발표하는 대부업체 중 대출잔액이 많은 7곳의 지난 회계연도 영업성과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기순이익은 총 1,216억원으로 자본금 619억원의 196%나 됐다. 또 대출금은 자본금의 12배가 넘는 7,499억원, 이자수익은 대출금의 32.8%인 2,45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부업체가 지급한 이자비용은 425억원으로 대출금의 5.7% 수준에 불과했다. 개별 대부업체별로는 산와의 대출금이 가장 많았다. 산와의 이자수익은 대출금 2,464억원의 절반이 넘는 1,261억원, 당기순익은 자본금 200억원의 3.6배인 716억원을 기록했다. 해피레이디는 자본금이 1억원이지만 대출금 763억원에 이자수익 153억원, 당기순익은 53억원을 챙겼다. 퍼스트머니도 자본금 2억원의 144배인 288억원의 이자수익에 147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대부업체들은 총 대출금의 30%가 넘는 2,252억원을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특히 아프로소비자금융은 대출금 1,490억원의 61%인 918억원을 충당금으로 쌓고 자본금보다 적은 79억원의 순익을 냈다. 파트너크레디트도 대출금의 60%인 280억원을 충당금으로 쌓고 순익은 25억원만 냈다. 대부업체 M사의 김모 대표는 “자본금이 크면 회사를 만들 때나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상장하거나 팔 것도 아닌데 자본금을 키울 필요가 뭐 있냐”며 “자기 돈으로 장사하는 것도 아니다. 누가 싸게 돈을 빌려오느냐가 관건이다. 지난해부터 기업 돈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주식과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대부업체들이 재담보를 통해 대출규모를 늘릴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가령 1,000원인 주식을 담보로 500원을 빌려준 후 주가가 올라 5,000원이 되면 주식을 재담보로 맡기고 5,000원을 빌릴 수 있다. 업자끼리는 시가의 10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500원을 대출해주고 5,000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반복하면 대출여력이 금방 자본금의 20배에서 50배까지도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아파트도 가격이 급등할 때는 똑같은 효과가 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돈 빌릴 곳을 찾는 대부업체와 뒷돈을 챙기려는 기업의 대주주ㆍ대표의 이해관계자 맞아떨어지면서 대부업체에 빌려주는 기업의 증자대금ㆍ매출대금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역삼동에 있는 한 캐피털사 대표는 “코스닥기업 정도까지도 회삿돈과 오너 돈과의 구분이 없다고 봐야 한다. 증자나 결제대금이 입금되면 짧은 시간이라도 돈을 굴려서 용돈이라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너들이 많다. 대주주나 대표이사가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강남의 한 중소기업 대표는 “강남에서 빌려주면 월2부, 강북에서는 월5부까지 받을 수 있다. 가지급금으로 30억원을 빼서 6개월 정도만 굴리면 3억원에서 9억원까지 적지않은 용돈을 챙길 수 있다는 유혹이 크다”며 “특히 채무자가 돈을 안 갚는 경우에도 대부업체가 책임지고 원금과 이자를 책임져준다. 그러나 가끔 대부업체 대표가 도망가는 경우가 발생해 곤란을 겪는 곳도 있고 회사에서 빼낸 돈이 사라지는 등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2005년 11월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 수는 1만4,792개, 미등록 업체를 포함할 경우 4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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