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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년 경영계획 '시계제로'] 투자 늦추고… 고용 줄이고… '위기돌파 묘수찾기' 고심하는 재계

삼성·현대차 등 보수경영 체제 가동·리스크 관리 주력



주요 대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착수한 가운데 올해도 오너 책상에 오를 보고서의 핵심 화두는 '위기경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사업재편 작업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금리인상과 같은 초대형 변수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파리 테러에 따른 프랑스의 보복공격 및 확전 가능성으로 유럽 경기가 추가로 침체되고 외환·유가시장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테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유럽 전역에 세월호 때와 비슷한 소비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치가 8,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재무팀 출신의 한 삼성 고위관계자는 "삼성에 수십 년간 몸담아왔지만 이렇게 환율 변동이 실적에 크게 잡혀 시장 전망치를 빗나간 경우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투자·채용 축소 불가피=구조조정과 금리·환율·원자재 등 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 요인이 커지면서 주요 대기업들은 대체로 보수적인 방향으로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까지만 해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박으로 투자와 고용을 예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려잡았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비상경영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당장 삼성의 경우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투자규모가 지나치게 큰 것 아니냐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7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투자를 단행했으나 내년에는 일부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의 글로벌 시황이 좋지 않고 디스플레이 역시 액정표시장치(LCD)를 중심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 채용을 늘리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서울 삼성동 사옥 신축 사업에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은 뒤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EQ900를 중심으로 투자 및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철강·조선·해운업계는 대대적 신규 투자를 사실상 포기하고 유지·보수 투자 위주로 경영계획을 짤 방침이다.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의 경우 보유현금 한도 안에서 투자한다는 큰 그림을 그린 상태다. 해외투자 역시 제철소를 짓는 상공정 대신 가공품 위주의 하공정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차입을 해서 투자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광양 5고로 개수 등 수명이 다된 설비 최신화 등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역시 내년 2월 당진 특수강공장과 자동차강판용 제2용융아연도금라인(CGL) 설비가 본격 가동되는 만큼 무리한 투자보다는 신규 설비 최적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해운업계도 프랑스 테러에 따른 물동량 감소 등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만 저유가 수혜를 보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 업체인 제주항공이 최근 상장에 성공해 실탄을 마련했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도 내년 이후 신형 여객기를 대대적으로 들여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영권 이슈가 해결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역시 내년부터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선에서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발(發) 사업 재편도 핵심 변수=정부가 사업재편을 몰아붙이고 있는 석유화학·조선·해운업계는 정부의 정책 결정이 경영계획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로 석화업계에서는 내년부터 일부 품목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뿐만 아니라 폐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프로필렌, 테레프탈산(TPA) 등 중국발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제품들이 골칫거리다. TPA의 경우 수년 전부터 이어진 마이너스 이익률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업체들이 한계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압박 속에 삼성이 화학사업을 정리하는 등 자율적인 구조조정의 기미도 보이지만 아직 제한적이다. 일부 업체의 경우 공장 폐쇄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조선업계는 정부가 그동안의 계약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금융지원을 끊겠다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으면서 근본적인 경영방향 전환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조선 '빅3'는 내년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상선 위주의 수익성이 좋은 선종 수주에 주력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대규모 부실을 안겨준 해양플랜트는 두 겹, 세 겹의 철저한 사전 검증 후에 돈이 되는 사업만 수주할 방침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내년 중 매각작업이 추진될 수 있어 더욱 고민이 크다.

시멘트 업계는 동양시멘트·쌍용양회 등 대형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어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이들 업체가 어느 기업의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생산량 등 주요 목표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최태원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 SK그룹은 내년부터 대대적인 투자는 물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분석돼 재계 사업재편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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