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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지도가 바뀐다] "원천기술 확보로 성장동력 키우자" 글로벌 M&A에 속도내는 기업들

실적·규모는 아직 미미



삼성SDI는 올해 2월 세계적 차량 부품업체인 오스트리아 마그나사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를 사들였다. 이어 지난 8월에는 삼성정밀화학으로부터 전지 소재 부문을 가져오면서 배터리 소재에서 팩에 이르는 전 공정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배터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일련의 전략적 인수합병(M&A)이다. 소재·배터리 등 다양한 사업을 거느리던 삼성SDI가 배터리 전문 기업으로 분명한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과거 기업들은 독자생존을 위해 기술의 자체확보에 매진해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선진국과 경쟁하면서 장기 성장동력에 역량을 모으려면 해외 원천 기술 인수에도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해외 M&A에 주목하기 시작한 배경인 셈이다.

그의 말대로 이제까지 해외 M&A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는 이미 2012년 독일 큐셀을 인수하며 글로벌 태양광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SK㈜C&C는 2013년 홍콩 반도체 기업에센코어를 사들였고 올해는 중국 홍하이그룹과 합작해 홍콩 스마트센서 제조기업 '다이와 어소시에이트 홀딩스'를 인수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국 휴렛팩커드(HP)에서 스마트홈 운영체제(OS)인 웹OS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국내 제조업계 맏형인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발한 M&A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페이에 적용된 모바일 결제 기술을 보유한 미국 루프페이 등 지난해 5월부터 사들인 해외 기업이 8곳에 이른다. 올 초에는 블랙베리 인수설까지 불거졌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한 후 경영의 키를 쥔 이재용 부회장은 전 세계에 그물처럼 펼쳐진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 삼성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한국에는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관계자와도 직접 e메일을 주고받을 정도로 현지 기업 생태계를 꿰뚫고 있다"며 "앞으로도 삼성은 기회가 올 때마다 해외 기업 인수를 발 빠르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LG그룹이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내세우는 LG전자 자동차 부품(VC) 사업본부는 3·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매년 두자릿수 성장 목표 달성을 위한 방편으로 M&A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량용 부품을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삼성전기도 똑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반도체 기업 등 차량용 부품에 들어갈 핵심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주요 타깃으로 전망하고 있다. 차량용 부품 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차량용 반도체 같은 핵심 기술이 필수지만 국내에는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보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M&A 실적은 규모·건수 모두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M&A 규모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는 현상과 대조적이다. KDB산업은행과 머저마켓이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국내 기업의 M&A 규모는 791억달러(약 90조6,500억원)로 2001년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이중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거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M&A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정작 행동에는 쉽게 나서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대표적 실패사례로 남은 삼성전자의 AST리서치 인수에서 알 수 있듯 국내 기업들은 규모 있는 해외 기업을 사들여 시너지를 내본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며 "조직문화의 개선, 선진 경영기법 도입 같은 다양한 체질 개선노력이 M&A 시도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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