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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확장에 빨간불… 신성통상, 조직 대수술

'탑텐' 외형 성장에만 집착… 재고 부담 ↑·수익성 악화


'한국판 유니클로'를 꿈꾸며 토종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탑텐'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던 신성통상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확장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며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신성통상은 내년 SS(봄여름) 생산량 감축에 이어 조직 슬림화 등 강도높은 몸집 줄이기를 통해 내수와 수출 부문을 포함해 최대 20% 까지 인력을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내년에도 경기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판단, 탑텐을 중심으로 내년 2월까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선다. 지난 몇 시즌 크게 늘렸던 물량의 재고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량 축소로 인력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따라 탑텐을 시작으로 앤드지바이지오지아, 지오지아, 올젠 등의 내년 SS 생산량은 올해보다 최대 10만점 가량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별 성장률도 한자릿수로 조정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조치는 염태순(사진) 신성통상 회장이 주문한 SPA 육성과 공격경영 전략과는 정반대의 행보로, 유니클로에 대적할만한 SPA로 기대를 모았지만 국내시장에서 토종 SPA의 생존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라고 업계는 안타까워한다.

무엇보다 이번 구조조정은 주력인 탑텐의 매장을 무리하게 오픈한 데다 저가 박리다매 전략이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성통상은 2012년 론칭 3년 만에 탑텐 매장 수를 무려 107개까지 확장했다. 또한 명동 등 임대료가 비싼 곳에서 유니클로, 자라, 에잇세컨즈 등 경쟁업체 부근에 매장을 내고 경쟁 브랜드보다 싼 가격과 수시 할인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불경기와 난공불락의 유니클로 등의 파상공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PA 특성상 명동, 홍대, 신사동 같은 금싸라기 땅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매장에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매장이 많아지면서 재고가 더 쌓여 악순환의 연속이었다"며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부채비율은 2013년 6월 말 209%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13%, 올해 218%까지 늘어났고, 9월 말 현재 237%까지 치솟았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6월 1,888억원에서 지난 9월 말 2,223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단기차입금 비율이 45%에 육박, 단기간에 갚아야 할 빚이 많아 재무부담이 큰 상황이다. 특히 탑텐 매장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매출액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지난해 3·4분기 매출액이 2,041억원에서 올 3·4분기 2,343억원으로 증가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외형상으로 승승장구하는 듯 보였던 탑텐은 결국 SPA 브랜드가 발목을 잡으면서 '빚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셈이다.

신성통상은 아울러 22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미국 라이선스 브랜드 '유니온베이' 사업을 내년부터 중단하고 탑텐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 '폴햄'과 통합 방안도 논의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성통상의 구조조정이 다른 기업으로 미칠 후폭풍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희정·신희철기자

yvett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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