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발행 규제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ELS 발행 시장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발행이 급감한 홍콩H지수를 대신할 새로운 기초자산을 선보이면서 ELS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발행된 공모형 ELS의 규모는 1조514억원으로 지난달의 1조2,724억원에 비해 2,210억원(17.4%)가량 줄었다. 발행 건수도 큰 폭으로 줄며 380건 발행에 그쳤다. 지난달(513건)보다 133건 감소했다. 이는 금융당국과 증권업계가 마련한 홍콩H지수 ELS 발행 감축안이 이달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시장을 위축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9월 홍콩 증시 급락 여파에 따라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을 자제해달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어 지난달 23일 홍콩H지수 ELS 발행을 전월 상환액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감축안을 마련했다.
홍콩H지수 ELS는 지난달 134건이 발행돼 전체 발행 건수의 35.3%를 차지했다. 지난달(92건)보다는 늘었지만 9월(189건)보다 적고 전체 발행 ELS의 80% 이상을 차지했던 8월 이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까지 9월 상환금액의 80%까지는 발행할 수 있어 여력은 많이 남아 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의 경고에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자산관리(WM) 관계자도 "중국 증시가 급락한 데 이어 발행 규제가 진행되자 투자자들도 홍콩H지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ELS 투자에도 소극적으로 변했다"며 "예전에는 발행하면 한 번에 수십억 원의 자금이 몰렸지만 지금은 홍콩H지수가 많이 하락해 예전보다 투자 매력이 있지만 건당 10억원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홍콩H지수를 대신할 만한 기초자산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홍콩H지수를 대신해 홍콩항셍지수(HSI)를 기초자산으로 포함한 ELS 34건(138억원)을 발행했다. 같은 기간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발행은 5건에 불과했다. 홍콩항셍지수는 홍콩 최대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자회사 항셍은행이 홍콩증권거래소(HKSE)에 상장된 종목 중 상위 우량종목으로 산출하는 주가지수로 홍콩H지수보다는 변동성이 적지만 항셍지수 선물은 상당히 높은 변동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홍콩H지수 ELS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항셍지수 ELS를 선보였고 이달 들어 발행 건수를 더욱 늘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홍콩H지수 ELS의 비중이 높다고 판단해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홍콩H지수보다는 변동성이 낮은 편으로 홍콩항셍지수가 홍콩H지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항셍지수 ELS를 올해 처음 선보였다. 27일 미래에셋증권은 홍콩항셍지수,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미래에셋 제8,408회 하이파이브형 ELS'의 청약을 받은 결과 25억원을 모집했다. 현대증권은 다음달 초 호주 우량주식을 모아놓은 'S&P/ASX200(호주주요기업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3종을 잇달아 선보일 예정이다. ASX200지수는 한때 사모 ELS 등에 사용되기도 했지만 올 들어서는 처음 선보이는 기초자산이다. 이와 함께 'FTSE CHINA A50'지수와 '닛케이(NIKKEI)200'지수 등도 홍콩H지수의 빈자리를 대신해 최근 들어 발행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
이처럼 홍콩H지수를 대체할 새로운 지수를 찾으려는 증권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새롭게 선보인 기초자산이 홍콩H지수를 대신하기에 아직은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항셍지수 ELS의 발행 건수는 홍콩H지수 ELS의 발행 건수를 압도하고 있지만 건당 발행액은 항셍지수 ELS가 평균 4억2,000만원 정도로 홍콩H지수(11억9,000만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이는 기초자산에 대해 투자자들이 생소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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